이제는 술을 먹는 게 1년에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물론 예전에도 그리 술을 많이 먹은 것도 아니었고, 애초에 주량 자체도 얼마 안 되기도 했다.
이런 건 나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들조차도 더 이상 예전만큼 술을 먹거나 하지 않고, 술을 아예 끊어버린 친구들도 있다.
이렇게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술과 멀어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당연하게도 나는 술을 먹지 않는 사람이 되었기에 더 이상 술을 권하지 않는다.
(회식 문화자체가 많이 바뀐 것도 한 몫했으리라 본다.)
사실 지난 금요일에 오랜만에 음주를 했었다.
술을 안 먹는다는 이야기를 서두로 내려가다가 갑작스러운 음주고백이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올해 들어 2번째 음주라고 한다면 그래도 조금의 변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즐거웠었고 재밌었지만 어제와 오늘 점심때까지 컨디션이 너무 저조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듣는 영어 수업은 당연히 늦었으며, 아침 달리기도 처음으로 빼먹었다.
음주 후의 부작용으로 2킬로나 증량되는 놀라운 결과물도 맞이했다.
술을 먹고 나면 다음날 식욕이 미친 듯이 당긴다. 그 결과로 어제 늦은 저녁까지 야식을 시켜 먹었다.
야식 또한 다이어트 시작 후 오랜만에 주문하는 것이었다.
몇 시간 즐거웠던 건 사 실 이만 그 이후 여파가 너무 크다.
주말에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기에 겉으로 봤을 때는 평상시와 별 차이 없이 보낸 것 같으나
확실히 평상시보다는 기분이 다운되어 있다.
그나마 이틀날인 오늘은 정신을 차리고 어제 빼먹은 아침 달리기를 해보았으나
얼마 못 가 아침 걷기로 바뀌어 있었다.
몇백 미터 정도 뛰고 나면 숨이 차오르고 힘든 것과 반대로 기분이 상쾌해지는데 전혀 기분이 좋아지질 않는다.
휴일 오전이라 조금 무리해서 더 뛰어볼 요량이었지만 공원 한 바퀴를 겨우 채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술을 먹고 난 후의 이틀이 이런 식으로 소진되고 나니, 점점 술과 멀어지는 게 당연해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어떻게 새벽까지 먹고 그다음 날 제시간에 출근했는지 지금 생각해 봐도 신기한 20대 30대 초반의 체력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한 체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한두 시간 쉬고 나면 회복되는 체력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질 않는 것이다.
그래도 어제 나름 조절하면서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양마저 나에게는 버거운 양이었나 보다.
오랜만에 먹으니 내가 허용할 수 있는 음주량을 현재의 체력이 아닌 예전 기억으로 맞춰졌었나 보다.
다시 한번 나의 몸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나의 체력에 맞는 음주량을 다시 세팅한다.
아니, 어쩌면 아예 끊어버릴지도 모르는 마지막 시점에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