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연 Jun 23. 2024

30대 후반의 음주 체력

이제는 술을 먹는 게 1년에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물론 예전에도 그리 술을 많이 먹은 것도 아니었고, 애초에 주량 자체도 얼마 안 되기도 했다.

이런 건 나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들조차도 더 이상 예전만큼 술을 먹거나 하지 않고, 술을 아예 끊어버린 친구들도 있다. 

이렇게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술과 멀어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당연하게도 나는 술을 먹지 않는 사람이 되었기에 더 이상 술을 권하지 않는다.

(회식 문화자체가 많이 바뀐 것도 한 몫했으리라 본다.)


사실 지난 금요일에 오랜만에 음주를 했었다.

술을 안 먹는다는 이야기를 서두로 내려가다가 갑작스러운 음주고백이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올해 들어 2번째 음주라고 한다면 그래도 조금의 변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즐거웠었고 재밌었지만 어제와 오늘 점심때까지 컨디션이 너무 저조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듣는 영어 수업은 당연히 늦었으며, 아침 달리기도 처음으로 빼먹었다.

음주 후의 부작용으로 2킬로나 증량되는 놀라운 결과물도 맞이했다.

술을 먹고 나면 다음날 식욕이 미친 듯이 당긴다. 그 결과로 어제 늦은 저녁까지 야식을 시켜 먹었다.

야식 또한 다이어트 시작 후 오랜만에 주문하는 것이었다.


몇 시간 즐거웠던 건 사 실 이만 이후 여파가 너무 크다.

주말에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기에 겉으로 봤을 때는 평상시와 차이 없이 보낸 것 같으나


확실히 평상시보다는 기분이 다운되어 있다. 

그나마 이틀날인 오늘은 정신을 차리고 어제 빼먹은 아침 달리기를 해보았으나

얼마 못 가 아침 걷기로 바뀌어 있었다.

몇백 미터 정도 뛰고 나면 숨이 차오르고 힘든 것과 반대로 기분이 상쾌해지는데 전혀 기분이 좋아지질 않는다.

휴일 오전이라 조금 무리해서 더 뛰어볼 요량이었지만 공원 한 바퀴를 겨우 채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술을 먹고 난 후의 이틀이 이런 식으로 소진되고 나니, 점점 술과 멀어지는 게 당연해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어떻게 새벽까지 먹고 그다음 날 제시간에 출근했는지 지금 생각해 봐도 신기한 20대 30대 초반의 체력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한 체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한두 시간 쉬고 나면 회복되는 체력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질 않는 것이다. 


그래도 어제 나름 조절하면서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양마저 나에게는 버거운 양이었나 보다.

오랜만에 먹으니 내가 허용할 수 있는 음주량을 현재의 체력이 아닌 예전 기억으로 맞춰졌었나 보다.

다시 한번 나의 몸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나의 체력에 맞는 음주량을 다시 세팅한다.

아니, 어쩌면 아예 끊어버릴지도 모르는 마지막 시점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걷기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