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스타운
하루의 모든 것을 끝마치고 침대 속을 파고들었지만, 쉽사리 잠에 들 수가 없었다.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늘 한 발자국 뒤로 도망가 버린다.
책을 꺼내 들었다. 유일한 안식처였다.
요즘은 한국 작가들이 쓴 책에 괜스레 더 마음이 간다.
기꺼이 상상할 수 있는 풍경들이 책 속의 세계를 나의 세계로, 나를 책 속의 세계로 번갈아 초대한다.
현실을 회피하고 어딘가에 빠져들고 싶은 지금의 나에게 가장 적합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꺼내 든 책에서 화자는 만년설이 보이는 방에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문득 오래전 나의 방이 떠올랐다. 처음으로 내 손으로 일궈낸 그 방이.
그 방에서는 늘 내 마음에 품고 살고 싶은 풍경이 보였다. 저 멀리 보이지만 세상을 가득 메울 만큼 커다란 산봉우리들과 드넓은 호수.
그 산의 꼭대기에는 늘 눈이 덮여 있었다.
나는 누군가의 소망 속에서 살던 존재였다. 그리고 나 는 그 존재를 야금야금 먹어 가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2025년 3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