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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근한 수록 Aug 22. 2023

자신의 신화를 찾아서

2022년 6월 쓰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의 존재의 이유가 뭘까? 


 사춘기에 숱하게 고민한다는 그 질문에 나는 여전히 대답을 미루고 있다. 직업으로 나를 정의내리기엔 너무 단순하다. 나의 신념에 대해 이야기하기엔 너무 모호하다. 회원가입의 취미 란에는 무엇을 적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음악 감상' 정도로 남겨두기 일쑤. 제일 안전하고도 평범한, 남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 적당한 대답으로 애둘렀다. 나는 그렇게 포장된 채로 살아왔다. 그렇다면 나는 정녕 기호를 갖지 않은 사람일까? 한다면 그것도 또 아니다. 나는 노을이 지는 퇴근길 풍경을 사랑한다. 잔잔하게 불어오는 솔바람과 달짝지근한 꿀물을 좋아한다. 해피엔딩 스토리를 보면서 희망을 품고, 귀여운 것들을 보고 미소 짓는 사람이다. 한편, 사람 많은 곳을 질색한다. 뙤약볕 아래서 해를 맞이하는 일은 고역이다. 다섯 시간 이상 배를 곯으면 울상이 된다. 아침에는 회사에 늦을세라 초조해하는 영락없는 직장인이다. 


 답답함은 이 모든 것들이 나임에도 불구하고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지 않는데서 온다. 나라는 길이 여러 갈래 물줄기를 따라 흐른다. 이 모든 것들을 총합했을 때, 나의 근원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거다. 그리고 그 해답을 여전히 찾지 못했다. 과연 나는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일까? 명확한 나의 자아를 찾고 싶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멈췄다.

나를 하나로 표현하는 게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인간관계를 맺으면서도 다양한 입장과 처지에 놓이는데, 하나로 발산되는 내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나는 이렇기도 하지만 저렇기도 하다. 어느 날은 아삭거리는 사과를 좋아하다가도 어느 날엔 기름진 피자가 끌린다. 매일의 내가 달라진다는 건 당연한 일인데 왜 일관된 모습을 보이기를 원했을까?


 모두가 각자의 신념을 쫓듯이, 나 역시 나만의 굳은 신념과 목적의식을 갖고 싶은 마음에 나의 물줄기들을 한데로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나가고 싶은 방향이 어디인지를 살피기보다, 중구난방의 갈래들이 빨리 모여 큰 바다를 만들기를 바랐다.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인다는 핑계로 이상적인 내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약간 서글퍼졌다. 


나에 대해 한참이나 모르면서, 나로 살고 있었다는 생각에 속이 무척 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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