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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근한 수록 Sep 01. 2023

거미집

왜 우리집으로 왔니

먹을 것 많은 저 집에 가지

목이라도 축이도록 이슬 맺힐 곳에 가지 그랬어

애써서 지은 집에는 먼지만 소복해질텐데


배꼽 아래

네가 뽑아낸 실이 유일한 먹이가 될지도 몰라

배를 곯아 배를 채우는 일


너는 너로 완성되었다

며칠 째 거미줄 친 입

한껏 움츠린채로 위풍당당하다


세겹짜리 뱃가죽으로 너를 동정하였다

세 끼 식사로 빚어낸 나는

기세등등하게 바끄럽다


사흘 밤낮없이 장대비가 쏟아졌다

손가락이 퉁퉁 불도록 허우적거렸고

양껏 빗물을 튕겨냈지


단 한 방울의 물기도 허락받지 못한 

네가 지은 집


너는 내 집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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