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매미가 있다
울다가 지쳐 떨어진
첫저녁 소낙비에 휩쓸린
날아가다 별안간
덥다고 짓밟힌
버티다 놓친 손 끝으로
바닥생활을 시작한다
주저앉은 몸뚱어리는
바람을 탔고
태양을 적셨다
밤공기를 마셨고
빗물도 고스란히
배신도 않고 자리를 지키기
달을 두 번 삼킨 몸뚱어리는
새카맣게 갈라지고 미어져
버석한 가루를 비벼 폴폴 날았다
그런데도 끄떡 없는 것
쟁쟁하게 오래 남는 것
두 날개죽지
그물 씌운 비닐은
적잖이 투명해서
쟁쟁하게 반듯해서
바람을 타고 태양을 적시고
밤을 마시고 빗물을 누리고도
여직
매미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