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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근한 수록 Sep 19. 2023

오래 남는 것

여기 매미가 있다


울다가 지쳐 떨어진

첫저녁 소낙비에 휩쓸린

날아가다 별안간 

덥다고 짓밟힌

버티다 놓친 손 끝으로


바닥생활을 시작한다


주저앉은 몸뚱어리는

바람을 탔고

태양을 적셨다

밤공기를 마셨고

빗물도 고스란히 


배신도 않고 자리를 지키기


달을 두 번 삼킨 몸뚱어리는

새카맣게 갈라지고 미어져

버석한 가루를 비벼 폴폴 날았다

그런데도 끄떡 없는 것

쟁쟁하게 오래 남는 것


두 날개죽지


그물 씌운 비닐은 

적잖이 투명해서

쟁쟁하게 반듯해서

바람을 타고 태양을 적시고 

밤을 마시고 빗물을 누리고도


여직

매미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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