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산골짝 천지 개벽

제1부 도깨비와 은하수 마을

by 초이르바

산골짝 천지 개벽


밤이 낮이 되는 천지 개벽,

칠흑 같은 밤을 전등이 밝히더니

이제 AI 문명을 띄운다.

엎드려 숙제하느라

석유 몇 방울 담은 호롱불 심지 자꾸 솟구치면

아침 세수는 코 연통 청소,

까만 그을음이 대야에 둥둥 떠다녔다.

전등이 방안을 밝히자

방안은 환해서 더러워지고

전기요금에 위아랫방 구멍 뚫어 전등 하나,

방의 경계가 사라졌다.


삼십 리 등굣길은 걸어서 두 시간,

긴 골짝 초입 마을까지 오던 버스가

골짝 마을을 하나씩 잡아먹으며 당겨 오다가

어느 날 마을 버스 정류장이 만들어지던 날,

버스 환영 잔치는 생애의 천지개벽,

이제 고속기차가, 비행기가 쉬어가며 걷던 길을 지나치며 스쳐간다.

준비가 끝나면 집 나서던 길을

찻시간에 하겁지겁 헐떡인다, 천지개벽.


아무 아버지 전화 받으세요.

이장네 방송 소리에

서울 아들네에서 전화 왔구나 모두 소식 아는 천지개벽.

마을 사람들 모두 들을 수 있게 여보세요, 안들려를 반복하다가 지쳐

전화 교환수를 불러 전화 끊어졌다고 소리치며

다시 이어지는 통화,

그래 잘 있어로 끝나는 전화,

간첩 신고할 겸 정부에서 마을마다 놓아 준 전화.

소리가 줄을 타고 날라다니는 귀신,

라디오 소리만 듣다가

제 목소리 녹음이 들려올 때

혼이 빠지는 개벽.


지게 지고

호올불을 켜던 기나긴 인류 역사,

어느 날

순간의 천지 개벽.

시간과 공간이 종이처럼 납작해지는

천지개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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