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정월 대보름 풍물

[그땐.그랬지]제1부 은하수와 도깨비 마을

by 초이르바

정월 대보름 풍물


풍물은 마을 명절,

일 년 내내 방 안에서만 지내는 노인도

신을 즐거이 맞으려는 풍물소리에

지팡이 끌며 흰 고무신으로 마실을 나선다.

정월 대보름달이 마을을 대낮처럼 비추면

마을에서 그 해 부정없는 집안의 남자 어른이 목욕재계하고

당골 큰산제 작은산제를 모신다.

다시 풍물소리는 초가집들과 기와지붕들울리고

꼬마들은 제사장를 따르는 풍물패 꼬리에서

함께 흥이 나서 할미당집으로 향한다

노적갈이처럼 쌓은 나뭇단에 불이 오르고

여신선 선녀를 모시는 할미당집에서

제사가 끝나면

나누어주는 백설기 한 시루가

꼬마들 손에 하나씩 들리고

휘영찬 보름달이 돌아가는 길을 뿌듯하게 비춘다

밤 세상이 온통 밝아서

잠을 자서는 안 될 것 같은 정월 대보름날,

누워도 꼬마들 눈은 말똥말똥하다.

이튿날, 마을 풍물패가

화기 때문에 불 난다는 이웃 마을 산봉우리에 올라

불 기운을 달래려 간수를 묻고 내려오면 한나절,

이어지는 풍물굿은

마을 집집을 찾아다니며

싸립문, 마당, 부엌, 장독대, 광방을 거쳐

뒷간 신들까지 탈 없이 복을 주라 정성을 바치고

마당에서 한 바탕 놀아 제낀다

집집마다 깨알 같은 소원이 풍물 속에서 소지와 함께

정화수에 담길 때

우리는 남의 집 수저와 밥그릇 숫자까지

집 나가 속썩이는 자식까지 알게 된다.

길굿으로 마을 안길은 넓어지고

줄지어 꼬마부터 아낙들, 병든 노인까지

길을 메운다.

며칠씩 이어지는 꽹과리 징 장구 북소리 물결이

설보다, 추석보다 흥겹다고

고깔 쓰고 팔을 들어 소고를 치며 흔들어댄다.

저녁이면 둥근 달이 일 년 액운을 물리치며

금싸락 달빛을 온 마을에 뿌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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