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제사와 부엉이

[그땐 그랬지] 제1부 은하수와 도깨비 마을

by 초이르바

제사와 부엉이


한 마을 큰집 겨울 제사만큼

긴 기다림,

내려앉는 눈꺼풀 끝내 이기지 못하고

아버지 등에 업혀

집에 돌아오는 길,

높다란 감나무 꼭대기에서

부엉이가 내려다 본다.

혼령은 왜 꼭 밤 열두 시 넘어야 오는지

오늘도 제사떡, 사과 배, 육전,

기다림으로 흩어졌다.

여섯 시면 어두워지는 산골짝 마을에서

자정까지는 반나절,

큰아버지 작은 아버지, 멀리서 오신 고모부는

안방에서 이야기로 밤을 떠받치고

어머니들과 집안 맏형수는

부엌에서 아궁이에 나무를 넣으며

제사상을 차리고 나서도

얼마 간을 기다려야 했다.

제사를 지내고 나서야 누릴 수 있는 수저와 젓가락,

안방 호롱불이거나 부엌 호야등이 졸 때가 되어서야

남자들은 무릎 꿇고 눈 감아 낭랑한 유세차 소리 후 소지가 올라가고

음식 향기가 방안에 가득해도

오래 전부터 기다린 밤을 초등학교 전인 나는 쿨쿨 죽어 있었다.

큰 잔치에 나만 빠져

겨울밤 찬 기운도 잊은

집으로 돌아오던 밤,

동그란 눈의 부엉이가

혼령처럼 달밤에 고샅길을 다독인다.

아버지 등에 온기처럼 붙어

나도 눈이 동그래서 부엉이를 올려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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