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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현 Feb 03. 2022

개인적 독백

그냥, 시작. 그리고 실존.

나는 조용히 깜박이는 커서를 응시한다. 아주 익숙하듯이. 무슨 말을 할지,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담담히 생각하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와 문장들을 이리저리 재보고 손을 뻗어 낚아 챈다.

 그리하여 나온 단어 '개인적 독백'. 세상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독백을 찾아 읽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설령 어쩌다 내 글에 들어온 사람도 고민 없이 뒤로 가기를 누를 거라 생각한다.

 

근데 왜 무의미할 수도 있는 이 행위를 하는가.


 대제목 '개인적 독백'을 적자 물 흐르듯 적힌 소제목 '그냥, 시작. 그리고 실존.' 말 그대로 그냥 시작한 것이다. 그 시작으로 작가 김동현이 실존한다. 실존의 방식은 저마다 다를 것이고 중복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음악이 될 수도 있고 그림을 그리거나, 요리, 영화를 보거나 찍거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데이트, 퇴근 후 집에 들어가 가정의 단란함을 느끼는 것,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며 술 한잔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아무튼 글이 마무리되고 컴퓨터를 끄면 작가 김동현은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그 자리에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는 인간 김동현이 신기루의 잔상을 쳐다본다.

 

이곳에서 글을 쓰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은가?


 나는 주로 소설을 쓴다. 스토리를 짜고 개연성과 당위성을 생각한다. 플롯이 막히면 몇 날 며칠 고민한다. 그렇게 힘겹게 쓴 소설이 무조건적으로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 내 능력이 아직 부족하여 좋은 글과 스토리를 쓰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하드디스크 깊은 곳에 묵힌 소설이 한가득이다. 아마도 나에게 글을 쓰는 재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여도 글을 쓰며 작가 김동현이 실존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 나는 쓸 것이다. 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도, 얻지 못해도 어느 순간 쓴다는 행위를 멈출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개인적 독백'으로 이곳에 족적을 남길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정해진 주제는 없다. 다른 말로 하면 무엇이든 주제가 될 수 있다. 철학, 예술, 영화, 사회, 공상과 망상,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 온갖 인문학 등등. 아주 얕은 지식으로 내가 느꼈던 것을, 얘기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던 것을 이곳에 남길 것이다.

 정해진 분량도 없다. 짧은 시가 될 수도 있고, 한 문장이 될 수도 있고 원고지 200매 기준 10장이 될 수도 있다.

 연재일도 없다.  성향 상 약속을 하면 지켜야 된다는 강박이 있기에  매주 무슨 요일에 올리겠다고 단언하지 못하겠다. 앞서 얘기했다시피,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는 동안에 글을 쓰는 것이 때때로는 힘에 벅차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감당하고 싶지 않다. 조심히 말하자면 이곳은 지극히 개인적 일 수도 있는 공간이니까. 이 정도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끝 그리고 신기루.


 P.S 혹시라도 지금 이 나의 글이 일방적이고 폭력적으로 느껴진다면 마음 깊이 사과한다.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을 갑옷처럼 두르고 내세운다. 외적으로 보면 별로 그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꽤나 마음이 여릴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렇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내 글에 침 한번 뱉고 욕 한번 하고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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