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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돌이 Aug 26. 2022

첫 임원 면접, 20분 늦어버렸다.

기술 면접 이후, 어느 개발 취준생의 첫 임원 면접기

이상훈 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력서를 읽고 계신 여자 면접관님 바로 옆, 남자 면접관님이 질문하셨다.


 흰 셔츠는 땀으로 물들었고, 호흡은 진정되지 않았다. 질문 때문인지, 회사까지 뛰어온 것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마 둘 다 때문이겠지. 첫 단추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잘못 꿰기는커녕 단추를 뽑아버린 것 같다. 아니야, 그래도 할 수 있어. 집중하자.

 마음을 가다듬고, 이력서에 적었던 자기소개 문장을 기억해본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연다.



안녕하세요, 생명공학과를 전공하고 컴퓨터공학과를 부전공한 이상훈입니다.
개발자는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저 또한 다양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남자 면접관이 나를 힐끔 보시더니, 다시 질문한다.


"어떤 문제들을 해결하나요?"


"기술적인 문제들도 해결하고, 기술적이지 않은 문제들도 해결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거나 저에게 요청하는 기술적인 문제들을 포함해서, 주변 사람의 고민 등의 문제들 또한 해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좋습니다. 저희 회사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빨리 개발자를 뽑고 싶고..."


그 면접관이 계속 말씀을 이어가신다.



"회사에 지원하신 분들이 좀 있었거든요. 상훈님처럼 기술 면접 진행하신 분들도 계셨고. 상훈님은 비전공 자시잖아요. 전공자분들 혹은 다른 분들과 비교했을 때, 상훈님이 가진 장점은 뭐죠?"



 어 음...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전공자와 비교했을 때'라... 민수, 성민이, 호녕이, 원혁이가 떠올랐고, '저 XX들은 무조건 내가 이기고 만다' 생각이 드는 애들도 떠올랐다. 알고리즘 한 줄 못 짜면서 컴공 타이틀 달고 선배한테 얻은 족보로 학점 날먹하는 애들, 반면 '비전공자'라는 이유로 스스로 모든 학습의 기회를 만들어야 했던 나, 내 친구들...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제 얘기를 듣고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학부생 레벨에선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같이 공부하던 전공생들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고, 시험 치고, 이야기하면서 느낀 바가 있습니다. 컴공과라 하더라도, 4년제 대학을 갓 졸업한 학부생과 현직 개발자 사이에는 큰 갭이 있다고. 전공자든, 비전공자든 똑같이 주니어 개발자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실을 알기에, 출발선이 똑같다는 것을 알기에 저는 더욱 편견 없고 겸손하게 학습하려 합니다. 모르는 지식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항상 부족한 부분을 메꾸면서, 겸손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 합니다."



면접관이 내 얘기를 들으시더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앞에 놓인 생수 한 모금을 마시고, 질문을 바꾼다.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은 이유는 뭐죠?"



 에헤이 회사 지원 동기... 같이 개발 공부하던 동료가 면접에서 지원 동기 질문받았을 때 '집이랑 가까워서요' 대답했다가 광탈한 사례가 떠오른다. 나는 그래도 양반이다. 이 회사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면접이 잡혔으니.

 '내가 회사에 지원한 동기'보다는, 기술 면접 때 면접관님이 소개해주신 '회사의 비전',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등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면 좋을 것 같다. 아, 물론 회사의 서비스는 진지하게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면접 보러 온 거고.



"저는 기술 면접 때, 면접관님이 설명해주신 회사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회사는 치매 환자들을 위해서, AI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들을 제공합니다. 즉, 의료/생명 공학 문제를 AI와 접합해서 해결하고자 합니다.

저 또한 학부생 시절, 생명 공학의 문제를 AI을 응용하여 해결하는 것에 큰 관심이 있었습니다. 4학년 논문 발표 때, 제가 선정했던 주제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폴리펩타이드계 항생제 생성'이었습니다. 관련된 논문이 저에게 있어 정말 재밌어서, 밤새 즐겁게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정말 해보고 싶었던 분야와, 이 회사가 추구하는 서비스는 정확히 일치합니다. 바로 'AI를 활용한 의료 문제 해결'입니다. 따라서, 저는 자연스럽게 마음이 갔으며, 회사가 추구하는 서비스를 같이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이력서를 줄곧 읽고 계셨던 여자 면접관의 눈길이 순간 멈췄다. 그리고 나를 찬찬히 바라보시더니, 드디어 처음으로 입을 여셨다.



-2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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