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평소와 다름 없이 일하는 중 휴대폰 진동이 이상하게 자주 울렸다. 평일 업무 시간이니 친구들의 연락일 가능성은 작고, 알림을 허용한 앱은 소수라 이렇게 진동이 울릴 일이 없는데. 잠시 일을 멈추고 휴대폰 화면을 살피니 대부분이 브런치에서 보낸 알림이었다.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를 시작으로 약 15분마다 조회수가 1000씩 오르고 있었다. 전에는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실로 가파른 상승세였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글을 잘 쓰든 그렇지 않든 우선 멈추지 않고 쓰는 것, 꾸준히 쓰는 습관을 형성하며 글쓰기 근육을 키우는 데 있었다. 그렇지만 사실 일과 글쓰기를 병행하는 게 나에게는 아직 쉽지 않아서 2주마다 글 1개 발행하기를 목표로 하는 중이고, 이것도 나에게는 만만하지 않다.
글을 자주 발행하는 것도 아니고, 문구를 주제로 하고 있어 대중적인 관심을 받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싶었다.
기념으로 저장해 두었다 (1)
퇴근길, 몹시 궁금한 마음으로 브런치 통계를 확인하니 유입 경로 대부분이 '기타'였다. 기타가 무엇인지 몰라 찾아보니 나와 비슷한 일을 경험한 사람들이 있었고, 다음(daum) 어딘가에 노출이 되었을 거라고 찾아보라는 이야기를 읽었다.
진짜였다. 다음에 접속해 화면을 몇 번 넘기니 '여행맛집' 탭에 나의 글 '오메기떡 말고 이런 기념품'이 가장 첫 번째로 노출 중이었다. 브런치는 이제 막 시작 단계이고, 블로그는 제대로 운영해 본 일이 없어 이런 건 태어나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기념으로 저장해 두었다 (2)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많은 사람에게 읽히기를 원하거나 기대하며 발행 중인 매거진은 아니지만 높은 조회수에 기분이 들뜬 것은 사실이었고, 내심 더 오르기를 기대하며 통계를 자주 확인하기도 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였다.
이렇게 뜻밖에 재미있고 기분 좋은 일만 생긴 것이라면 딱 좋았겠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작은 일이기는 한데, 불특정 다수의 관심이 모인 탓인지 마음을 살짝 건드리는 댓글이 소수 달렸다. 댓글의 작성자들과 나는 아마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지내며, 좋아하고 아끼게 된 것이 다를 것이다. 그럼 그냥 '그렇구나' '이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구나' 생각하고 가던 길을 가면 될 일인데. 친구 사이도 아니고 심지어 글로써도 처음 만나는 사이일 텐데, 굳이 자신을 드러내고 간 사람들이 있다.
나를 모르는 타인이 두고 간 마음에 잠시 불쾌함이 일었지만, 다행인 것은 그런 사람은 10만 명 중 단 몇 명이라는 사실. 그러니 세상은 그래도 살만하다는 이상한 결론을 내리고, 웃고 지나간다.
나는 하늘 아래 같은 분홍색이 없다는 말처럼 같은 스티커, 같은 엽서, 같은 문구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특히 이전 글에서 소개한 세 곳의 소품샵은 분명 작가님들의 애정과 자부심, 긴 노력과 고민이 뭉쳐있는 곳일 테고, 그들 각자가 보여주는 물건(상품)의 매력은 서로 다르다.
지난 글을 쓰고 고치고 여러 번 다시 읽으며 제주에서 보낸 시간이 떠올라 행복했고, 작은 선물을 전했던 친구와 동료, 제주에서 맺은 소중한 인연이 생각나 마음이 따뜻하고 살짝 뭉클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기념품을 사러 다시 제주에 가고 싶고, 제주 말고 다른 지역의 소품샵도 가고 싶어졌다. 이곳저곳 가고 싶은 마음에 몸이 근질근질, 마음은 간질간질하다.
나의 취미와 취향이 담긴 글을 읽어준 많은 사람, 댓글과 라이킷으로 공감과 응원을 보내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다시 이런 일이 생길 것 같지는 않은데, 지금을 즐겁고 재미있게 기억하며 글 발행을 이어가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