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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녁에는 Sep 19. 2023

꽃게 세 마리, 너 두 개 나 하나!

어떻게 하면 잘 먹일 수 있을까

아들은 3.02kg으로 태어나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젖먹이 때부터 먹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은 편이었다.

좀 작으면 어때 언젠가는 크겠지 했는데 마음속에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번에 영유아검진을 갔더니 키와 몸무게가 그새 더 뒤처져 하위 30%이다.

어린이집 또래들과 서 있어도 가장 작은 아이 축에 속해 속상해진다.

내 키가 작아 아들 키도 작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어 원죄를 씻는 마음으로 무언가라도 해야 하나 싶다.

그냥 두면 그저 알아서 잘 자연스럽게 자라겠지 하지만 자꾸만 상대적으로 작아지는 아들을 모고 있자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얼마 전 주변에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한 분께서 본인 아들도 다 컸는데 키가 165cm밖에 되지 않아 속상하다 하셨다. 어렸을 때부터 영특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에 특출 나 과학고 애들도 제치고 대회에서 상도 받아왔다며 기특하다고 하시면서 아이키 이야기에 대해서는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고 한다. 아들이 한창 클 나이에 둘째가 지병으로 아파서 둘째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그때는 별 말이 없던 아들이 대학생이 되었을 때 언젠가 뜬금없이 "엄마는 내가 이것저것 먹고 싶어서 엄마를 찾던 시기에 내 옆에 없었잖아. 그게 속상했어"라고 했다며 펑펑 울었다고 하셨다. 잘 먹여라 하셨다. 영양제도 먹이고. 


주변에 보면 먹이는 것에 진심인 엄마들도 있다. 듣도보고 못한 간식거리를 먹어보라고 주는데 '도대체 이런 것은 어디서 사는 거야?' 'OO방!(지역맘카페)' 그 집 아이는 같은 나이인 우리 아이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크다. 새로운 먹거리에 자꾸 노출을 시켜보라고 하는 조언을 들었다. 하긴 내가 맨날 해주는 게 뻔 하니 아이가 음식에 흥미를 갖기도 어렵긴 하겠다. 두부, 계란, 콩나물, 메추리알, 뭇국, 미역국,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 그리고 뭐가 있지?ㅎㅎㅎ 둘만 살고 나조차 집에서 한 끼를 먹으니 먹이는 게 빤하다.


원죄를 씻는 마음으로 먹이는 거에 진심이어야 한다!! ㅎㅎ 어제는 근처 시장에 가서 꽃게를 샀다. 가을꽃게가 제철이고 저렴하다해서 큰 꽃게 3마리를 10,000원에 주고 사와 찜통에 쪘더니 아주 맛있다. 살이 통통하다. 살을 잘 발라내어 아들 그릇에 듬뿍 담아 준다. 아들도 잘 먹는다. '내일 저녁에는 뭐해줄까?' 물으니 '고기밥!'이라고 한다. 고기밥? 고기밥인 뭐야. 정체불명의 음식이네. 어쨌든 고기밥이라 하니 오늘은 퇴근길에 시장에서 삼겹살을 사들고 퇴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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