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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MAC bro Feb 27. 2024

갑작스러운 절교. 그 이야기를 보고 났던 기억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 후기

초딩때 친구와 해가 지도록 놀다가 헤어지기 전 문방구를 들렀다.


거기서 우리는 서로가 가진 50원 두개를 합쳐 100원짜리 종이 뽑기를 하기로 했다.


꼴등 상품이 캬라멜였으므로, 최소한 100원으로 캬라멜 한개는 나눠먹을 수 있다는 판단에 그렇게 했었던 상황이었을거다.


그렇게 50원짜리 두개를 내고 종이뽑기를 뜯었고 상품을 확인을 했는데 정말 인생에 장난의 신이 있는지, 2등인 상품이 당첨이 된 것이다...


내 기억엔 파워레인져 같은 전대물 장난감 이었는데, 당시엔 초딩이 가질 생각도 못했을 가격의 상품이었다.


그게 그날의 마무리가 아니라 시작이었다.


나와 친구는 그 장난감에 대한 욕심을 놓지 못하고 서로 누가 이 상품을 가질것인지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토론이 아니라 소유를 위한 정당성을 서로 내세우는 것이었음...


'아까 떡볶이 먹을때 내가 더 많이냈잖아' 같은 말로 시작해서, 장난섞인 말투로 하던 이야기들이 슬슬 진지해지고- 서로의 타당함을 부각하던 대화는 비난하는 것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마 그 대화의 끝에 선을 넘은 말까지 했던 것 같음. 

다시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 장난감은 내가 기어코 쟁취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난 그 친구와 그날 심하게 다투고 장난감을 집에 가지고 온 뒤 그냥 방에 쳐박아두었던 기억과 씁쓸한 감정이 되씹힘.


아마 내 인생에 첫 절교의 상황이 아니었을까 싶네...

그때 2등 상품을 포기하고 친구랑 나눌 수 있는 차등의 상품으로 문방구 아줌마와 협상을 해서 바꾸었다면, 좋게 해결되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꼴등 상품인 캬라멜 두개로만 바꿔도 충분했었을 텐데...)


그때 나와 친구의 욕망은 동일했고, 둘 다 절충안을 찾지 못한 채 그대로 관계는 깨지고 말았다.


<이니셰린의 밴시>를 사실 이 이야기와 같은 맥락으로 빗대어 보기엔 좀 다를 수도 있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저때의 기억이 갑자기 떠오름. 


갑자기 찾아온 관계의 변화.

파울릭은 관계를 돌이켜보려 노력을 해보지만, 콜름의 의지는 확고하고 기어이 자신의 방식으로 경고를 한다.


그리고 이후 파울릭 마저 긍정적인 관계의 회복보단, 콜름과 동일한 아니 어쩌면 더 위험한 관념으로 친구를 바라보게 되는 모습들에서 내가 겪었던 저 순간적인 절교의 상황을 돌아보게 되었던 것.


밴시는 어쩌면 죽음을 불러오기 보단 지켜보고 있을 거라는 말. 죽음보단 끝없는 대립이 더 재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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