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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MAC bro Apr 17. 2024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의 이야기

영화 <6번칸> 후기


러시아에서 고고학을 공부하는 핀란드 유학생인 

라우라는 고대 암각화를 보기위해 

무르만스크행 기차를 타게되고,

같은 칸을 쓰게 된 료하라는 러시아 남자를 만난다.

(*무르만크스 = 러시아 최북단, 핀란드 인접지역)

인상이 강렬한 이 사내는 기차가 출발하자마자 

접이식 컵을 펼치고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 걸로 봐선, 

여기저기 떠도는게 익숙한 듯 보인다.


아직은 낯설고 데면데면한 분위기 속에서  술이 

오른 료하는 라우라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는데-


 핀란드어로 이걸 뭐라고 하냐느니 하면서 

주정을 부리다 '몸 팔러 가냐? 아랫도리?' 라며

무례함을 보이다가 라우라에게 한대 크게 맞는다.

고꾸라진 그를 두고 짐을 싸서 나온 라우라는 

다른 칸으로 옮기려고 하지만 마땅한 자리가 없고, 


그 남자가 있는 칸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리저리 배회하다가 다음 역에서 내리지만-

다음 기차를 기다릴 수 없어 다시 올라탄다.

시작부터 좋지않은 인상으로 마주한 두 남녀는 

목적지까지 그 불편한 동행을 이어가게 되는데.


주정은 좀 부렸지만, 

술이 취하지 않았을 땐 라우라의 침대에

올라가있는 꼬맹이에게 

예의 있게 행동하라고 타이르는 료하.


그는 그냥 막돼먹은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자기가 실수한 것에 대한 약간의 미안함을 

느끼듯 괜히 라우라에게 무슨 일을 하고 

무르만스크에는 왜 가냐는 등 말을 건다. 

고고학을 전공하는 학생이고 암각화를 

보러간다는 그녀의 말에 

"암각화? 그게 뭔데? 그깟 돌을 보려고 기차를 탔어?" 

라며 자신은 채석장 노동자고 

'나도 사업을 할거다' 라며 허세를 부리지만,

그 뒤로는 조금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같은 '돌' 이라도 다르게 보는 라우라와 료하의 

시각 차이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모습을 

잘 드러내는 부분 같음 ㅎ

어느새 라우라는 어딘가 결핍되어 보이고, 

상처가 있어 보이는 그런 료하의 

어린아이 같은 감정 표현들-


자기와 다른 환경에서 지내온 것 같은 

행동들이 궁금하고 흥미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우연히 같은 공간 안에서 지내게 된 

두 남녀의 모습이 묘한 긴장과 재미를 준다. 


영화는 이런 두 사람의 대화와 모습을 통해서 

'외로움'과 '공허함'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관계의 형성 과정을 보여준다.


무언가 불안해 보이지만, 

한구석으론 따뜻함을 가진 료하-


친구도 많고 애인도 있지만, 

또 다른 외로움을 느끼는 라우라.

정적이고 한정적인 공간 안에서 많은게 

이루어지지만 둘의 관계적인 발전과 

심리적인 변화가 꽤 몰입도 있었다.


그 둘의 모습을 과하지 않은 연출로 

순수하고 여운있게 담아낸 작품.


따뜻한 미소가 지어지는 엔딩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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