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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씨 Aug 31. 2022

피드백과 디자인 수정

브랜드 디자이너의 다이어리 #4


브랜드 디자이너의 다이어리 #4


오늘은 디자이너들의 숙명, '피드백에 따른 디자인 수정'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디자이너 천재가 아니라면 (혹은 자신이 회사 대표 거나...) 수정 없이 일사천리로 디자인이 완료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1. 디자인 프로세스

먼저 일반적인 디자인 프로세스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여러 부서가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유관부서의 요청과 협의를 통해 업무를 진행한다. 회의에서 아이데이션을 하고 채택된 아이디어나 컨셉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전개할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기획부서의 기획서를 토대로 디자인을 디벨롭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아래의 프로세스로 흘러간다.


요청 - 파악 - 재해석 - 디자인 - 피드백 - 수정 - 완료


'디자인하다'에 담긴 의미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기획서의 여러 내용들을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혹은 기타 디자인 툴을 사용하여 내용 그대로를 이쁘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요청하는 내용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기획(제작자 입장)에서 놓친 사용자 입장을 고려한 소구 포인트 및 편의성, 타 브랜드 대비 디자인 차별성과 독보성 등을 확보하기 위한 재해석(디자인 기획)을 통해 디자인을 전개해 나간다.



2. 피드백과 디자인 수정

다양한 레퍼런스들을 참고하여 이런저런 시도 끝에 완성한 디자인에 '의견'(이라고 쓰고 '참견'이라고 읽는) 왠지 영어로 쓰면 있어 보이는(...) '피드백'이 들어온다. 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해 주세요~ 와 같은 전설적인 피드백도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꽤 구체적으로 들어온다.


구체적인 피드백 중에 "ABC 텍스트 사이즈 좀 키워주세요." 라는 피드백이 있다고 치자. 텍스트 사이즈를 조절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지만 그로 인해 애써 제작한 디자인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깨질 때가 있다. 이럴 경우 크게 두 가지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1) 요청받은 대로 사이즈'만' 조절

디자인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라면 사이즈만 조절하는 건 큰 이슈 없는 선택이다. 디자이너도 편하고 피드백도 긍정적으로 반영하였으니 어쩌면 서로에게 윈윈인 상황. 하지만, 무리한 조절로 인해 디자인 밸런스는 무너지는데 상급자의 탑다운 지시사항이라서, 혹은 부족한 논리로 인해 반박 주장이 어려워서 적당히 타협하는 상황이라면 이건 결코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2) 탄탄한 논리로 반박 or 협의

사이즈 조절(실패)로 디자인이 촌스러워지는 걸 납득하기 힘든 경우, 혹은 변경되는 사이즈로 인해 넣을 자리가 부족하거나, 배경 이미지에 간섭이 들어와 레이아웃을 다시 잡아야 하는 경우 등등 다양한 이슈들로 담당자와 열띤 논의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엔 타 레퍼런스를 근거로 삼거나 디자인 경력(짬)에서 나오는 인사이트를 무기 삼아 원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한다. 손이 빠른 친구들은 금방 만들어서 보여주면서 협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가끔 논의하다가 디자인을 자칫 무시하는 듯한 말이 나오면 논쟁으로 번질 때도 허다하다. (많이 들었던 말 중에 "이거 그냥 이렇게 하면 되는 거 아녀요?" 라는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받기 일쑤)



아마 사이즈 관련 피드백의 핵심은 "ABC 텍스트가 더 잘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였을 것이다. 그걸 피드백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잘 보일지 고민한 끝에 사이즈 조절이라는 단순하지만 가장 효율적인 답을 도출했을 가능성이 높다.



3. 정답과 정답 사이

흔히, "디자인에는 정답이 없다." 라는 말을 한다. 필자는 이 말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에는 분명 정답이 있다. 다만, "디자인에는 무수히 많은 정답이 있다." 가 옳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자, 그럼 디자인을 크게 손보지 않는 선에서 'ABC'를 잘 보이게 할 수 있는 답을 찾아보자.


1) 사이즈 조절

크기를 키우면 확실히 더 잘 보이긴 한다. 단순하지만 효율적인 방안이다. 그런데 이것 말곤 다른 방법은 없을까? 바꿔 말하면 사이즈 조절만이 맞는 답일까?


2) 굵기 조절

라이트 or 볼드로 텍스트 굵기를 조절하면 대비 효과로 더 잘 보이게 할 수 있고 이런 경우 사이즈 조절로 인해 넣을 자리가 없다거나 하는 이슈가 덜 발생하니 디자인 변경도 크게 안 해도 돼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괜찮은 선택이다.


3) 색상 변경

텍스트 색상을 변경하여 강조하거나 배경색을 변경하여 해당 영역을 도드라지게 하는 방안도 있다. 색상이 변경되면 톤앤매너가 달라지는 등 전체적인 무드가 변경될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긴 하다. 특히 눈에 띄는 강렬한 색상일수록 그런 경향이 더 심하다.


4) 추가 효과

그림자 효과를 주거나 테두리 혹은 박스 처리를 하거나, 그래픽 등을 추가하여 해당 영역에 힘을 주는 방법들도 있다. 효과적이나 너무 과하면 조잡해 보일 수 있어 확실한 마지노선이 있어야 한다. 그 외에도 서체를 변경한다던가, 영문/한글로의 전환 등 디자인을 크게 손보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선택지도 있겠지만 이 정도까지 넘어오면 그냥 디자인을 다시 하는 게 속 편하다.


예시로 든 1~4번까지의 답안 중에 어떤 걸 선택하더라도 오답은 아니다. 또한 답이 하나가 아니기도 하다. 2번과 3번을 함께 적용할 수도 있고 1번부터 4번까지 모두 적용할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답안지가 늘어날 수도 있으며 주어진 시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답이 정해져 있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을' 요청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대부분 '무엇을' 변경하고 싶긴 한데 '어떻게' 변경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디자이너는 해결사 노릇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요청하는 바의 핵심을 빠르게 캐치하여 많은 답안 중에 가장 최선의 정답을 찾는, 그래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나가는 게 해결사의 디자이너의 소양이자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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