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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씨 Sep 06. 2022

디자인이 힘든 이유

브랜드 디자이너의 다이어리 #5


브랜드 디자이너의 다이어리 #5


브런치에는 훌륭한 작가님들이 많다. 본인도 많은 도움을 받았고 지금도 계속 도움을 받는 중이다.


제일 처음 브런치에 글을 남기기 시작한 이유는 회사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멘토링을 한 내용들을 기록해 놓는 게 목적이었다. 멘토링에는 기본적인 회사 생활 내용부터 전문적인 내용까지 있었지만 브런치에 글을 남길 때는 전문적인 내용은 빼고 회사 생활의 공감 내용 위주로 작성하고 있다.


본인은 아직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전문적인 내용은 굳이 내가 다루지 않더라도 다른 훌륭한 작가님들이 많이 다룰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사소한, 그래서 놓치지 쉬운 내용으로만 채우려고 한다.


오늘도 다소 사소한, 그러나 알아두면 꼭 도움이 될 'Design Can't Please Everyone'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Design Can't Please Everyone.



1.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몇 년 전 사회가 '워라밸'을 강조할 당시 우리 회사도 '워라밸'을 강제적으로 도입했었다. PC오프제라고 퇴근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컴퓨터가 꺼지도록 했었는데 관련하여 불만사항들이 많이 나왔었다.


"야근을 못하게 한다고 불만이 있다니?"


...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진짜로 PC가 꺼져도 칼퇴를 하는 사람은 적었고 오히려 그 시간부터 회의를 한다던가, 연장근무 신청을 통해 계속 야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행히 회사에서 자발적 야근을 지켜보고 있진 않았고 퇴근시간이 되면 노래를 크게 튼다거나 인사팀이 돌아다니며 팀별로 남은 인원수에 따라 팀장에게 불이익을 주는 분위기를 만들며 야근 문화가 점차 나아지기 시작했다.


이렇듯 불만이 나올래야 나올 수 없을 것이라 믿었던 '야근을 안(못)하는 상황'에도 불만이 나오는데, 개인의 취향을 많이 반영하는 디자인은 정말이지 오죽할까 싶다.



2. No를 위한 No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항상 당부하는 얘기가 있다. 유관부서 담당자들과 소통할 때는 최대한 친절하라고.

의외로 디자인 자체보다 디자이너와의 갈등으로 인해 해당 디자이너가 작업한 디자인이 불만인 경우가 종종 있다. 말투가 퉁명스럽거나 공격적 혹은 방어적인 디자이너에게는 업무 요청 자체가 부담이고 그러면 결과물도 이뻐 보이려야 이뻐 보일 수가 없다.

 

디자인 하나도 힘든데 이런 거까지 신경 써야 하다니!


어떡하겠나. 인생은 실전인걸.


아차... 그러다 보니 친절하게 모든 의견을  수용해서 디자인을 난처하게 만들어 오는 경우도 있다. 친절함과 의견의 수용은 다른 의미인데 이걸 혼동하여 친절하게, 사이좋게 디자인을 하고 컨펌을 요청할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 1:1 멘토링(...)이 절실하다.



3. 디자인의 플라시보 효과

'다수'를 만족시키는 디자인은 있을 수 있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디자인은 결코 불가능하다. 세계에서 유명한 디자인(작품)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불호일 수 있다.


배경을 몰랐을 경우에는 더욱 그런데 예를 들면,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는데 유명 디자이너의 디자인이라고 하면 갑자기 의미 부여가 되는, 샤넬 등 명품 브랜드 로고가 찍혀 있으면 갑자기 이뻐 보이는 등 디자인은 영향력이 있는 누군가(어떤 것)로 인해 자신의 취향과는 별개로 좋아 보이는 플라시보 효과가 디자인에는 특히 많이 적용된다.


그래픽 디자인을 미국에서는 'Visual Communication Design'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디자인은 소통의 영역에 있다 보니 육하원칙에 준하는 배경(누가 만들었는지, 언제/어떻게 만들었는지, 왜 만들었는지 등)을 알면 알수록 같은 디자인도 다르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신의 디자인에 플라시보 효과를 추가하고 싶다면 자신의 디자인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직관적이며 단단한 근거, 의미/철학 혹은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또한 자신을 인정해 주는 동료를 만드는, 적을 만들지 않게끔 친절하게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디자이너들이 모두의 만족을 위해 좋은 레퍼런스를 찾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고민 끝에 자신이 납득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모두가 만족할만한 디자인은 절대 나올 수 없다. 사실 디자인이 아닌, 세상 모든 일들이 모두가 만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자.


(그리고, 회사에서는 솔직히 '특정인'만 만족하면 됩니다... 컨펌 관련 꿀팁은 이전 글인 '시안빼기'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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