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무의 알바
공부는 통 관심 없고 놀 생각만 하는 고딩 야무.
지난 주말엔 기어이 아이돌 콘서트를 보러 수원까지 다녀왔다.
놀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체득했기에 알바 할 궁리를 하던 차에
드디어 어제, 처음으로 알바를 다녀왔다.
시내에 있는 웨딩홀 뷔페에서 예약 손님이 많을 때 구하는 비정기적인 알바다.
그동안 제 친구 두 명이 하는 이 알바를 눈여겨 봐온 야무는 한 명이 더 필요하다는 말을 듣자 냉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친구들이 하던 꿀 알바를 하게 되었다고 기뻐하는 야무는 내처 이 알바를 꿰차겠다는 야심까지 드러냈다.
일을 아주 야무지게 해서 담당자의 눈에 든 다음 계속 자신한테 알바를 맡기도록 만들겠단다.
‘야무씨, 금, 토 저녁에 시간 되나요. 알바 좀 부탁할게요.’ 이렇게 자신에게 직접 연락이 오게끔.
어제, 많이 늦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와서는 알바한 이야기를 죽 풀어놓는다. 눈 맞추고 집중해서 들어달라고 하기에 꼼짝없이 마주 보고 들었다.
뷔페에 도착해서 먼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다음, 손님 테이블에 음료를 놓고, 접시를 치우고, 잔반을 정리하는 일이 주된 일이고, 손님이 부르면 응대하는 일도 있는데 주로 음료나 술을 가져 달라는 요구였단다.
바쁠 땐 접시도 많이 쌓이고, 남은 음식을 잔반통에 비우는 일을 거의 정신없이 해치웠는데 힘들지만 나름 재미있었단다.
“엄마 그렇게 일했는데 3만 원도 못 벌었어. 최저시급에 세 시간 일하면, 이만 칠천 원이래!”
“에구, 돈 버는 게 안 쉽다, 야무야. 그렇게 열심히 하고 담당자 눈에는 든 것 같아?”
“몰라, 매니저인가 하는 분이 나보고 중학생 같데. 그래도 손님들은 내가 유니폼을 입고 있어서 그냥 알바생으로 보는 것 같았어.”
그렇게 일하고 3만 원도 못 벌었다고 말하는 야무는 땀에 절어서 얼굴이 누렇고 지쳐 보였다. 일당을 계산하는 야무가 낯설어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마치 책 제목 같고, 기사 제목 같은 '그렇게 일하고 3만 원도 못 벌었어.'
이 말이 세상의 현주소와 비밀이 다 들어 있는 것 같아 놀랍다.
알바지만 우리 야무가 참 열심히 일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