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이라는 말이 참 좋다. 한자어를 풀면 '꾀와 생각을 흩뜨리다'라는 뜻이다. 한자 낱말에는 걷는다는 의미가 들어 있지 않다. 산책은 걷거나 몸을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가득 차 있는 생각을 흩어 놓는 것이다. 온갖 계책으로 복잡한 머리에 바람이 불게 해서 한가롭게 하는 일이다.
산과 책이라는 단어의 조합도 참 좋다. 산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시원해지는 장소이며, 책은 언제나 가까이하고 싶은 사물이다. 산에 올라 책을 읽는 장면이나, 책에 실린 산의 모습이나 묘사는 언제나 마음을 단정하게 한다.
책으로 만든 산이 있다면 그 또한 든든할 것 같다.
산 책을 '살아 있는 책'으로 옮겨 놓아도 어색하지 않다. 책이 살아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 아닌가?
사람은 산 책이다. 한 사람의 삶은 한 권의 책이기도 하다. 책으로 옮겨진 삶이 있을 뿐이다. 옮겨졌다면 분명 멋진 책이 되었을 많은 삶들을 알고 있다.
산 책은 '내가 구입한 책'이기도 하다. 그 또한 즐거움을 준다. 책을 살 때는 항상 어떤 기대감이 있다. 후루룩 한 번 훑어보면서 활자가 누워있는 페이지를 볼 때, 언뜻 읽히는 좋은 낱말들이 주는 좋은 기운을 만날 때 앞으로 그 책과 함께할 '읽기'의 시간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다.
산책은 붙여 놓아도,
떨어 뜨려 놓아도,
마음껏 다른 이름으로 오해해도,
언제나 참 좋은 말이다.
세상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오해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의도와 오해와 이해와 무지 사이에서 머리가 복잡하다.
지금 나에게도 산책이 필요하다.
머릿속을 흩어놓을 한 줄기 바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