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라이브 단상
아침부터 시끌시끌, 쿵짝쿵짝 심상치가 않습니다. 그 들썩이는 에너지 속에서 내적 분노를 다스리며 최대한 젠틀하게 전달하려던 선생님의 지시는 노력이 무색하게 점점 날카로워집니다. 색색의 옷을 맞춰 입은 아이들이 줄을 서고 다행히도 교장선생님의 훈화 없이 경기가 이어집니다. 쿵짝쿵짝 배경음악 덕분인지 땡볕 아래 모자도 없이 꽤 힘겨울 것 같은 아이들의 움직임도 경쾌해 보입니다.
오후 2시, 햇볕이 가장 무르익는 시간.
체육대회의 하이라이트인 줄다리기와 이어달리기까지 끝나 어느 정도 승부도 갈린 다소 맥이 풀린 시간.
불현듯 운동장 한가운데로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듯 좌중을 압도하는 존재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서 오후 2시의 그늘도 포기한 채 땡볕으로 나가 둥그렇게 앉은 관객들 덕분에 돔 경기장 못지않은 무대가 만들어집니다.
설거지를 하기 위해 돌아섰던 나를 다시 돌려세울 정도의 함성 소리와 함께 그들의 공연이 시작됩니다. 중학교 댄스 동아리 친구들이었는데 각자의 위치에서 정해진 몸짓으로 자신의 무대를 완성해나가는 모습이 참 멋졌습니다. 꿈과 의욕을 잃은 청소년들을 걱정하는 어른들에게 이렇게 꿈틀거리는 에너지가 있음으로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그 순간 그 공간을 고스란히 자신들의 것으로 만듭니다.
가장 나른해지고 햇볕 아래 나를 작게 말아서 어떻게든 그늘 속으로 넣고 싶은 오후 2시, 햇볕이 무르익을 때.
그들은 자신을 최대한 펼쳐서 당당히 햇볕 아래에 두고 그늘 속에 숨지 않고 그 시간을 햇볕에게서 빼앗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마치 사람들의 시선을 모두 받고 있지만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온전히 자신들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리듬을 타고 서로의 동선을 기억하며 함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예술'입니다. 그 시간 동안 따가운 햇볕은 그들의 피부를 그을릴 수는 있었지만 그들의 존재는 전혀 그을림 없이 완벽하게 빛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