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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수ONSU Nov 29. 2023

데미안을 읽는다 2

데미안 책에 대한 비평과 리서치


낯설게 보기-데미안과의 대화

데미안은 싱클레어 앞에 등장해 싱클레어가 홀로 설 수 있도록 용기와 자극을 불러일으킨다. 데미안이 이를 위해 사용한 기법은 일차적으로 "낯설게 하기"이다. 싱클레어가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관념을 낯설게 해서 새로운 정신구조로 대체하는 작업을 한다. 데미안(Demain)이라는 이름이 나타내듯, 악마(demon)의 속성을 가진 인물이다. 크로머와 같이 유혹하는 인물이지만, 악의 구렁텅이에 싱클레어를 빠트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는 전령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데미안과 싱클레어가 처음 한 얘기는 카인과 아벨 이야기이다. 싱클레어는 기독교 문화에서 이 이야기를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 이야기를 기독교 교리의 관점에서 이해했던 내용이었고 다른 뜻이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데미안은 카인이 죄인이 아니라 강한 자의 상징이라는 정반대의 해석을 해서 싱클레어를 무척 당황하게 만든다. 전통적인 기독교 교리에서는 인류 역사의 첫 살인자인 카인은 오명을 뒤집어쓴 인물이라는 것이다. (싱클레어 1차충격)


싱클레어가 유년기 말에 이성적인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데미안을 다시 만난다. 그때 데미안이 들려준 이야기는 예수가 십자가 처형을 당할 때 양 옆에 매달린 두 도둑 중 한 명은 예수의 권능에 인정함으로 축복을 받았다는 내용이 있다. 반면에 나머지 한 명의 도둑은 끝까지 예수를 조롱했다. 여기에서도 데미안은 죽기 직전 자신의 죄를 회개해 축복받은 도둑을 위선적이라고 고발하고, 예수를 조롱한 도둑을 용기 있는 자라며 칭송한다. (싱클레어 2차충격)


데미안의 이러한 전략은 싱클레어의 인습적인 사고를 돌이켜보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낯설게 보기를 통해 인지적 자극을 주면서 싱클레어가 새로운 신념을 가지도록 독려했다.



정체성형성과 에바부인과의 정신적 교우

싱클레어는 한 여인을 통해서 악의 구렁텅이 속 자신을 구원해 줄 빛을 체험하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러브..)술과 방탕 속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을 그는 베아트리체라고 이름 지어 주었다. 단테의 연인 베아트리체와 마찬가지로 이 익명의 여인은 싱클레어를 악의 세계에서 끌어내어 정신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어느 날 싱클레어는 우연히 만났던 이 여인을 상상해서 그렸는데 그림은 실제 그녀의 모습이 아닌 데미안이었고, 결과적으로는 싱클레어 자신의 내면을 그린 그림이 되었다.

절반은 남자고 절반은 여자, 의지가 굳세면서 몽상적이며, 굳어 있으면서도 남 모르게 생명력 있어 보였다. 그리고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누군가와 비슷했다.

사회적 규범 속에서 남자로 살아가는 싱클레어의 내면에는 마음이 여리고 유약한 여성성이 들어있다. 그래서 사회적 역할과 규범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그 그림은 데미안을 닮기도 한 것이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정신적인 멘토가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나중에 나오지만, 그 그림은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부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싱클레어는 에바부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에바부인은 그 사랑의 실체가 무엇인지 싱클레어에게 일깨워준다. 에바부인은 관념화된 베아트리체가 아니라 진정한 싱클레어의 정신적 연인으로서 *자기실현(개인의 자유가 확대되는 과정)이 완성된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싱클레어는 '자신'이 됨으로써 데미안과 에바부인과의 진정한 관계를 형성하고 정신적으로 교우하지만 서로를 적대시하면서 세계의 갈등은 증폭되고 결국엔 전쟁이 발발한다.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전에 참전하게 되고 전쟁터에서 이들은 마지막에 서로 만난다. 대포로 인해 부상당한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이제 우리들은 하나라면서 언제든지 자신을 부르라며 싱클레어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싱클레어는 자기 안에 데미안이 온전히 깃들어 있음을 느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싱클레어의 성장 서사 안에 있는 칼융심리학

마지막으로, 다른 문학작품과 마찬가지로 데미안의 독해는 다양할 수 있다. (그래서 해석하는 즐거움이 있다) 데미안에 기독교적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고, 종교적 갈등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기에 종교적 관점에서 데미안을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칼융 심리학의 기본적인 주제가 이야기의 모티프로 자주 발견 되기에, 심리학의 관점에서 파악할 수도 있다.


도덕이란 선과 악이 공존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하는 것

융은 프로이트의 제자로 프로이트적 의미에서 무의식을 계승하고 있지만 성적인 충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무의식 요소가 있다는 측면에서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도덕성과 관련해서 칼융은 규범을 꼭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자율성을 인정한다. 프로이트가 양심을 외적인 기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칼융은 양심은 내면의 목소리에 달렸다고 본다. 프로이트에 있어서 도덕적 주체는 사회적 규범에 충실히 따르고 이상에 맞추는 것에 핵심이 있지만, 칼융은 그렇지 않다. 융은 제3의 입장에서 도덕을 창조하는 기능이 있다고 본다. 그렇기에 칼융의 입장을 따를 때, 도덕성의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칼융심리학의 장점은 도덕성을 인간을 판단하는 모든 요소가 아닌 다양한 기능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인간의 무의식 속에는 선의 영역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악의 그림자도 드리워 있다. 이런 악의 그림자인 무의식들은 인간을 인격의 열등한 부분, 부정적 측면으로 항상 괴롭힌다. 하지만 이것은 인류의 문명화과정에서 나타나는 무의식으로 결코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의 성격을 의식함으로 막을 수 있다. 그림자는 잘 관리하면 예술적 창조성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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