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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색을 입히자

내 마음의 렌즈로 다시 보는 세상

by 꿈그리다

난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가 계획해 두었던 것들, 위시리스트, 소망들을 빼곡히 적어두며 살아왔다.

그런 습관은 아마도 고등학교 시절부터였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성취욕이 높았던 것인지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것을 싫어했던 까닭인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러한 버릇은 중년의 삶을 살아가는 현재에도 계속되었다.


하지만 숱한 나의 계획들과 인생고공표는 다양한 이유와 환경으로 때때로 곤두박질치기도하고, 짧은 길을 길게 둘러가게 만들기도 했다.

그때마다 일희일비하던 내 모습이 참으로 짠하던 시절이었다.

이제는 제법 나의 자녀들과 후배들에게 경험치를 나눠줄 수 있는 시간이 되었건만.

웬걸 건강이 허락하질 않네.

너무도 열렬하게 달려왔던 최근 3년 동안 나의 몸에 적신호가 떴다. 신께서 내게 쉼을 명하신 것 같다.

욕심을 좀 내려두라고 급 브레이크를 당기신다.

워낙 늘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리고 노력의 결과물을 상상하며 살던 나로서는 청천벽력이다.

멈추라고?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게 산더미인데?

이제 내가 원하던것을 막 펼치려는 참인데?

욕심쟁이

나의 욕심이 내 몸을 혹사시킨 지금, 무엇이 중할까

하조대 해변 by 꿈그리다

추석연휴에 나의 소중한 친구들이 바다나들이를 선물해 주었다. 비바람이 치는 날이었지만 그냥 가보자!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 내게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바다풍경에 갈매기 한 마리가 사색에 잠겨있네.

순간! 그 한 장면이 내 모습처럼 보인다. 궂은 날씨와 사납게 올라오는 파도! 정지화면처럼 흑백의 사진 한 장이 내 눈에 찍힌다.

눈 깜박임 없이 그 앞을 응시하며 내 머릿속은 바쁘다. 현재 내 마음의 렌즈는 이토록 어둡구나.

내 마음렌즈는 앞에 펼쳐진 바다가 그저 흑색의 정지화면 같구나.

빛이 없다.

빛이 있어야 사물이든 마음이든 본연의 색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인데.

지친 몸과 마음에 갑자기 찾아온 질병이 내 마음의 렌즈를 이토록 깜깜하게 만드네.


눈을 감고 철썩대는 파도의 소리

내손에 들려있는 우산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소리

내 귓가로 휘파람을 부는 바닷바람소리에 집중한다. 내 마음의 염려와 근심을 내려놓고

바다를 오롯이 느껴본다.

깊은숨을 들이쉬며 지금까지의 삶을 삼켜본다.

하조대해변 by 꿈그리다

천천히 눈을 뜨자 푸른 바다가 보이고

온통 칠흑 같았던 풍경들이 점점 본래의 색깔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내 마음의 렌즈에 다시 빛이 비치기 시작한다.

아직!

내게 남아있는 시간들이 손짓한다.

마음의 렌즈를 다시 갈아 끼우라고!

마음의 색을 다시 칠하자고!

가빴던 숨 고르고 다시 새로운 세상을 보자고!

참으로 감사한 시간이다.

단단해지고, 새로운 빛으로 채우고 희망을 다시 이야기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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