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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프리카부자언니 Sep 18. 2022

열일곱. 아프리카의 시장에 가면 (2)

아프리카 시장에 나타난 브루스 리의 시스터

 싱싱한 해산물을 사서 너무 행복했다. 오늘 점심에는 왕새우를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입에 침이 고인다.

 

장보기를 마치고 차를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아까 그 양아치가 차 앞을 막아선다. 무서운 눈빛으로 위협하며 뭐라고 하는데, 혈기 왕성한 요미의 운전기사도 덩달아 목소리를 높여 싸우기 시작한다. 정글이 그러하듯 이곳에서도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법칙이 있다.  


따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길 양 옆으로 주차를 해 놓았는데 아까 그 양아치 무리들이 나타나 주차비를 요구하는 것이다. 현지 돈으로 200 나이라 (500원)을 줬더니 500 나이라를 달라고 하는 것이다. 요미는 500 나이라를 내어주었지만, 불의를 참지 못하는 운전기사는 절대 안 된다며 강경하게 반대했다. 급기야는 차를 길 중앙에 떡 세우더니 시동을 꺼버리고 차 밖으로 나가 용맹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300 나이라를 지키기 위해서.


갑자기 막혀 버린 그 좁은 길은, 양쪽에 울리는 자동차 클랙슨 소리로 정신없이 시끄러웠다. 참다못한 요미가 결국 밖으로 나가 상황을 파악한다. 난 또 뭔가 심각한 일이 생길까 봐 긴장 어린 눈으로 창밖을 내다본다. 아무래도 내(외국인)가 차에 타서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요미는 심각하게 그 양아치의 이야기를 듣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빅 보스는 쿨하게 500 나이라를 줬다.  


잔뜩 심각한 표정으로 요미를 기다리고 있는데, 차에 타자 마자 요미는 내 얼굴을 보고 미친 듯이 눈물까지 흘려가며 웃기 시작한다. 영문을 모른 채 얼굴만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엉뚱한 질문을 한다.


“너 부르스 리 알아?”

“부르스 리? 누구?”


뭐지? 많이 들어봤는데? 아직도 눈에 맺힌 눈물을 손으로 닦아가며 웃는 요미를 보며 머리가 바빠졌다.

아. 이소룡???!!!


“와하하. 너 보고 브루스 리 여동생이래.  브루스 리 시스터가 시장에 까지 왔는데 어떻게 200 나이라만 내고 가냐면서 최소한 500 나이라는 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응???”


“더 대박은, 브루스 리 얘기하면 네가 너무 슬플 것 같아서 오빠 얘기는 차마 하지도 못하고 말도 못 걸었대!! 죽은 브루스 리 얘기하면 네가 슬플 것 같아서. 아이고 배야 ㅋㅋㅋ”


“앍 ㅋㅋㅋㅋㅋㅋㅋ”


이제야 아까 그 시비 상황도 이해가 되었다. 브루니 시스터가 시장에서 왔는데 당연히 시장을 위한 지원금을 내야 하는 것 아닌가. 졸지에 이소룡의 여동생이 되어 버린 나는 환하게 웃으며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시장을 벗어났다.


아까는 서로 잡아먹을 듯 싸우더니 금방 언제 그랬냐는 듯 쿨하게 서로를 대하는 요미와 그 사람을 보며 참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당장이라도 서로 죽일 듯이 덤비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사람들.  문득 어릴 때 친구들과 싸우면서 했던 말장난이 떠오른다.

"아까는 아까고, 지금은 지금이지!!!!"

어제 잘못을 하고도 오늘 또 뻔뻔하게 들이대는 그들을 이제는 이해한다.  


오늘 시장에서의 에피소드는 그날 저녁 친구들에게 큰 즐거움을 줬다. 덕분에 남편은 브루스 리의 제부가 되어 신나게 웃었다.


상상도 하지 못하는 일들이 끊임없이 펼쳐 이는 이곳, 웰컴 투 아프리카!



(브루스 리 시스터가 된 날의 내 패션)



#책과강연 #백백7기 #최지영작가 #아프리카부자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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