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자꾸 길고 지루하게 잔소리를 하고 후회할까?
루씨가 비누 거품이 잔뜩 담긴 물에 휘휘 저어 설거지를 끝내는 모습을 보면서 충격에 빠졌다. 안 그래도 자기 마음대로 자꾸 물건을 여기저기로 옮겨 놓는 바람에 하루 종일 내 물건을 찾아다니느라 시간 소모로 짜증이 난 상황이었다. 본인이 치우고 어디에 두었는지 모른다.
하… 모르면 물어봐야 하는데 자기 마음대로 하니 미칠 노릇이다.
처음 잘못을 보면 – 그럴 수 있지
두 번 같은 일 보면 – 까먹었나 보지
세 번째 반복되면 – 아 못 참겠다 폭발!!!
세 번에 걸쳐 참다가 얘기하다 보니 아무래도 감정도 섞이고 할 말도 많아지는 것 같다.
오죽하면 어제는 <잔소리를 하는 이유>에 대해 검색까지 할 정도였다.
<정신의학신문>에서는 그 이유를 7가지로 나눠 설명해 놓았다.
1. 나르시시즘(Narcissim)의 하나
- 나의 우월함, 내 생각의 절대적 옮음으로 인해서
2. 불안으로 인해
- 본인의 불안으로/상대방이 못 알아들을까 봐 걱정으로.
- 완벽히 전달하려는 강박으로 인해.
3. 노화(Aging)로 인해 (술을 마셨을 때)
- 우회적 사고: 최종 목표에 도달하는데 도중에 지엽말단에 얽매여 요점이나 본질의 통찰이 부족하고 멀리 돌고 돌아 말이 목표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림
- 사고 이탈: 중간에 주제를 잃고 말하고자 하는 최종 목표에서 벗어남
- 좀 전에 유사한 이야기를 했었던 것을 잊었을 경우
4. 사랑과 관심의 표현
- 문제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 실패나 좌절을 경험하지 않았으면
- 더 많은 이야기 해주고 싶어서
- 길고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이 사랑과 관심의 표현
- 많이 반복해서 얘기하면 시행착오 줄일 거라 기대
5. 화/분노의 표현, 혹은 풀리지 않는 감정으로 형태 발현
- 분명 화내는데 조곤 조곤 한 말투로 풀어서 말함
- 화를 내는 것을 피하고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순화해서, 길고 반복해서 말함
- 말은 했지만, 감정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고 느껴서 같은 말 반복
6. 정리가 안된 불명확한 사고로 인해
- 말이 헛돌고 같은 말이 반복, 길어 짐
7. 부모/잔소리 많이 하던 어느 대상과의 동일시
- 잔소리가 많은 누군가의 모습(상사, 아버지, 선임)을 나도 모르게 재현
이는 대부분은 하나로만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크든 작든 몇 개의 요소가 조금씩 섞여서 나타난다.
여기까지가 칼럼의 내용이다. 난 어디에 해당할까?
1. 나르시시즘: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함. 나는 옳고 너는 틀렸어
2. 불안: 내가 하는 이야기를 못 알아들을 까 봐 반복해서 설명
3. 사랑과 관심의 표현: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람. 더 많은 이야기로 도움이 되고 싶음
4. 화/분노의 표현: 말은 했지만 감정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고 느껴 반복 설명
5. 잔소리 많이 하던 대상과의 동일시: 아버지. 귀에 피나도록 했던 말 반복, 평생 엄마에게 지겹게 사소한 일로 잔소리 하시는 모습.
7개 중에 5개나 해당. 심각한 잔소리 중증 환자구나.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1. 내가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서 내가 옳을 수는 없고, 내가 오해하는 것일 수 있다
2. 내가 하는 얘기를 알아 들었는지 상대방에게 확인한다. (내 말을 다시 전달하게 함)
3. 말하는 내 마음과 상대의 마음이 다를 수 있음을 인지하기. 지겹게 말하는 것이 사랑의 표현이 아님을 기억하자. 대신 부족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돕자
4. 나는 아버지가 아니다. 내가 평생 봐 오고 지겹다고 생각하는 그 모습을 내 자식들이나 남편이나 주변 사람에게 반복하지 말자.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 주지 말자.
이렇게 해 보자.
1. 지적질에서 시작하고, 너를 위하는 거야, 네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는야라고 반복해서 말하지 말자.
2. 문제 발견과 그 해결 방안을 전달하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이 진정 상대를 위하는 길임을 잊지 말자.
3. 한 번에 몰아서 얘기하지 말고 눈에 보이는 대로 감정 없이 가볍게 사실만 전달하자. 그게 어려우면 아예 입을 다물자.
4. 잔소리로 사람을 질리게 하지 말자!!!
상대방이 아니라 내가 더 나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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