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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사로운 인간 Jun 05. 2024

시에 오염되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

우리는 말하지, 오염이라는 것이
항상 해로운 것만은 아니라고
문자와 말의 바다에서, 때로는
시의 오염이 우리를 덮치기도 하지

공기 중에 떠도는 미세한 단어들,
그 말들이 천천히 내 폐를 채우고,
혈관을 타고 흐르며 마음까지 스며드네
허공에 무심코 던져진 시 한 줄이
생각을 흐릿하게 만들어

이 오염된 공기 속에서 숨 쉬면,
마음은 점점 시로 물들고,
평범했던 일상이 문학적 풍경으로 변해가네
감정의 색깔이 짙어지고,
생각의 질감이 거칠어지면서
모든 것이 사적으로 오염되어 가네

도시의 소음 속에서도, 시의 속삭임은
희미한 배경 음악처럼 깔리고,
그 말들이 내면에 스며들어
몸과 마음을 해석해 새롭게 하네
이렇게 우리는 미세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시에 오염되어 가는 거야

시의 오염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 효과는 명백하고
한번 오염된 마음은 쉽게 깨끗해지지 않아
그 대신, 더 깊고 풍부한 층위를 갖게 되고
이 오염을 통해 우리는 더 깊은 인간으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하네

그러니 시로 오염되는 것을 두려워말고,
그 맑고 독한 향기에 마음껏 취하리
이 아름다운 오염이 결국 우리를
더 중독된 존재로 만들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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