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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기 위해

난 오늘도 문을 나선다


새벽에 눈이 떠졌다

밖을 본다.

아직 컴컴하다

조금만 더 있자.

해가 곧 뜰 테니 그때 나가자.


어떤 날은
몹시 그가 보고 싶다.



운동화를 신고 문을 나선다.

새벽 공기가 상큼하다.



얼른 만나고 싶다.

발걸음이 빨라진다. 그 앞에 서면 내 마음이 평안하다.

내 마음에 울적한 일, 기쁜 일을 모두 토해놓는다.

묵묵히 들어주는 그는 나를 평안으로 인도한다.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날 반겨줄까?


그가 저 멀리 보인다.

가슴이 설레고

두근두근

그를 만나기 3미터 전,

'네가 곧 나타난다면 난 10미터 전부터 행복해질 거야.'

카메라를 준비한다


듬직하다.

든든하다

잘생겼다

멋지다.

기대고 싶다.


그만 찍고 이야기하잔다.


언제나 그 모습으로 날 기다리고 있다

'고마워요.'



눈 내리는 날엔 당당하게 서서 눈을 맞고 있는 그.

비 내리는 날에도 그 자리에 멋지게 서서 흠뻑 젖고 있는 그.

화창한 날에도

흐린 날에도

비 오는 날에도

바람 부는 날에도


코가 찡하게 매섭게 추운 날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그.


내가 달려가면 언제나 두 팔 벌리고 맞이해 주는 그.


양수리, 두물머리의

나의 느티나무 아저씨, 느티나무 할아버지.


(두물머리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와 고목 할아버지 나무가 있어요.

세 그루의 나무를 보면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누르게 돼요. 잘생기고 든든하고 멋진 나무에서 늘 위로를 얻고 갑니다.)

두물머리느티나무37.jpg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날 기다려주고, 나의 마음 다독여주는 든든하고 멋진 나의 느티나무
두물머리느티나무7.jpg 잘생기고 멋지고 늠름한 나의 느티나무


두물머리느티나무15.jpg 살아계실까 항상 안부가 궁금해 달려가 살피는 나의 노쇠한 할아버지 느티나무(맞죠?)

어느 날 갑자기 선명한 톱자리에 가지가 사라진 노쇠한 할아버지 나무.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자르지 말고 기둥을 받쳐주면 안 되었을까요? 정말 마음이 아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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