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빈방 없나요?
“조물주 위에 누구게? “
”건물주! “
요즘 회자되고 있는 유머다. 시류가 그렇다.
/유은실 저/비룡소/2021
<순례 주택/ 유은실 저/ 비룡소/ 2021> 은 조물주보다 높다는 건물주 이야기다. 순례 주택은 다세대 빌라고 건물주의 이름을 따서 순례 주택이 되었다.
건물주 김순례 씨, 나이 75세, 스물에 결혼하고, 서른다섯에 이혼했다. 아들이 하나 있고, 이혼 후 연애를 몇 번 했으나 재혼은 하지 않았다. 무려 20년 동안 오랜 연인이었던 고 박승갑 씨는 인성 좋고 진중한 사람이었는데, 그에게 순례 씨는 먼저 작업을 걸었다.
이혼 후 선택한 일은 세신사. 그녀는 유능한 세신사로 일한 지 10년 만에, 후에 ‘때탑’이라고 부르게 되는, 1층 양옥집을 샀다. 그 후 근처에 지하철역이 생기면서 시에서 도로를 확장한다고 마당 일부를 가져가고 큰돈을 보상받았는데, 순례 씨는 그 돈이 편치 않았다.
‘땀 흘리지 않고 버는 돈’은 자신의 인생관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 돈으로 지금의 순례 주택을 지었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와 상관없이 자신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만큼만 받았다.
입주자는 옥상 정원과 옥탑방, 와이파이를 공유한다. 옥탑방에는 항상 라면을 채워 놓고, 누군가는 커피를 채워놓는다.
‘순례 주택‘은 각자도생의 삭막해진 우리네 인정을 되돌리고, 그리운 그 시절 ’ 응답하라 1988’을 소환하고, 독립적인 여성, 능동적이고 당당한 여성을 만나는 즐거운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등장인물을 통해 시류를 풍자하고 있는데, 박사 출신 대학 강사임에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청소 아르바이트를 해야 살 수 있는 허성우 씨를 통해 대학 강사 시급 문제를 제기하고, ‘빌라촌‘ 아이들과 아파트 아이들이 어울리는 게 싫다는 수림 엄마를 통해 계층별 혐오 시대를, 거주지별 학군으로 차별하고, 공부가 상위권이 아니면 인생이 절단 나는 줄 아는 부모, 유산 상속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진상 가족을 통해 사회의 어그러진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순례 주택 입주민들은 서로의 공간과 사생활을 존중한다.
그에 비해 지식인이지만 거의 ‘기생충’의 삶을 살고 있는 오수림의 부모는 친정, 시댁 부모, 형제에게 도움을 받아 살고 있다. 분수를 모르는 그들의 꿈은 현실을 파악하지도 인정하지도 못하는 철부지를 넘어 진상의 삶이다.
이 진상에 막장인 가족의 인간 만들기 프로젝트에 그 집안의 유일한 희망 ‘리틀 김순례’ 일명 ‘최측근’ 오수림은 길동 씨의 아이디어에 합류하여 일을 진행시키는데, 순례 씨의 정직성과 투명성의 레이더에 여지없이 걸리고 만다.
김순례 씨가 어떤 사람인가?
이혼 이유가 남편이 엄청나게 성실하고 가정만 위하지만 ‘구리게 돈 버는 놈‘이라서, 그리고 그 구린내 나는 돈으로 내 아들 키울 수 없기 때문인 우리의 순례 씨.
통장에 1000만 원이 넘으면 반드시 털어내야 하는 순례 씨.
내가 벌어서 내가 쓴 것만 내 돈이라는 순례 씨.
이산화탄소 배출, 썩지 않는 쓰레기, 쓰고 남는 돈이 고민인 순례 씨.
상대가 아무리 철이 없어도 인격적으로 도리를 지켜가며 가르치자는 순례 씨.
그래서 오수림 부모를 골탕 먹이려는 길동 씨와 수림에게 그것은 비겁한 방식이라고 타이른다.
(여기서 박수. 멋진 카리스마 우리의 순례 씨 )
순례 씨의 인생철학이 있다.
(책 속의 명언 )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 어른이야.”
“관광객은 요구하고 순례자는 감사한다.”
대기기간이 보통 3~5년이라는 순례 주택에 대기 걸어 놓고 싶다.
혹시, 순례 주택에 빈방 있나요?
아, 작가님~ 순례 주택 주소 좀 알려주세요.
앗, 두물머리 산책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