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비아 버틀러, 『킨(Kindred)』
옥타비아 버틀러의 SF 소설 『킨(Kindred)』은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흑인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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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다나는 1976년 캘리포니아에 사는 작가로, 어느 날 갑자기 1815년 메릴랜드의 한 농장으로 타임워프를 겪는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의 백인 조상인 루퍼스를 만나게 되고, 여러 번 과거로 돌아가 위험에 처한 루퍼스를 구하며 그의 생명을 지킨다. 이는 다나가 현재로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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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전개는 이처럼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흥미를 넘어서, 19세기 미국의 인종과 젠더 문제, 특권 및 계급 의식에 대한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1970년대 백인 남성이 주를 이루던 SF 소설계에서 흑인 여성 작가 버틀러는 이 작품으로 당당히 우뚝 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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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문장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실이란 그저 피부에 와닿지 않는, 자신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일 뿐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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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가 19세기 흑인 노예 제도의 끔찍한 현실을 생생하게 경험하는 것은, 책을 읽는 이들에게도 직접 겪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다나가 굵은 채찍에 맞고 발로 걷어차일 때마다, 내 등과 옆구리에도 고통이 밀려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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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흑인, 특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수한 억압과 차별, 날카로운 고통의 낱낱을 경험해야 했던 그들의 희생을 깊이 이해하게 될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단순히 ‘노예제도’, ‘계급’, ‘성차별’에 대한 느낌만 드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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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은 시간 여행이라는 SF 요소를 통해 과거의 인종 차별과 노예 제도의 잔혹한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이는 개인의 역사와 집단의 역사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 작품은 자신의 정체성과 인간의 모순되고 복잡한 본성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과거를 잊지 않는 것은 곧 미래를 밝히는 길’이라는 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