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눈부신 의학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긴 했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삶을 누리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만족감은 단순히 지표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 또는 ‘삶의 밀도’라는 비가시적인 개념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진정으로 살았다고 느끼는 시간을 합산해 보면, 인생이 의외로 짧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많은 시간을 '살지 않은 채'로 보내며, 대개 어정쩡한 상태에서 인생이 저절로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는 자신의 미래를 낯선 사람처럼 바라보는 시간적 근시안이 가장 큰 문제이다. 흔히들 말하는 'Carpe diem'이나 'Seize the Day'의 본래의 의미가 일부에서 퇴색되었다. 이 표현들은 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뜻이지, 미래를 희생하고 현재를 무작정 즐기라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뭔가 다른 인생을 살고 싶어도, 막상 행동하지 않는 예비적인 삶은 언제나 우리의 미래를 갉아먹는다. 다른 곳, 다른 사람들, 다른 직업, 다른 삶의 방식을 기대하면서,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어떤 일에도 전념하지 못한 채 시간과 노력을 쏟지 않는 현상, 즉 '언젠가는 되겠지' 하며 미래의 나에게 막연히 기대를 거는 상태를 책에서는 '언젠가니즘'이라 부르며 경계하라고 한다. 이 대목에서 나도 뜨끔하였다.
❝사람들은 보통 물 위를 걷거나 공중을 걸으면 기적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나는 진짜 기적이란 물 위나 공중을 걷는 게 아니라 땅 위를 걷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날마다 흰 구름, 초록 잎사귀, 아이의 호기심 어린 까만 눈망울 그리고 우리의 두 눈까지, 모든 게 기적이다.❞
- 책에서
우리 삶에 끝이 없고, 무한하다면 '카르페 디엠'이나 'YOLO' 같은 개념은 필요 없을 것이다. 즉,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없는 셈이 된다. 귀중한 것은 흘려보내기 마련이다. 아무런 지장 없이 편히 살아갈수록, 정체된 실험실의 쥐들처럼 살다가 생명체의 멸종이든 문화나 가치의 소멸이든 붕괴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의 인생은 유한하고 짧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