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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타 Jul 29. 2024

채식주의자

한강 소설 




이 책을 처음 만났던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때 세상은 이 작품에 열광했고, 화제가 가라앉을 즈음에야 나는 소설을 읽게 되었다. 그러나 그 기괴한 충격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리커버된 이 책을 다시 접하며, 15년 전과 지금의 내 기분이 얼마나 비슷한지 궁금해 책장을 넘겨보았다. 그 순간, 여성학 리포트를 위해 봤던 박철수 감독의 영화 <301, 302>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기괴하고 묘한, 설명할 수 없는 서늘함이 느껴지면서도 뜨겁고 진득거리는 그 감정, 바로 그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책을 읽으면 비릿한 에너지가 바닥까지 소진되는 느낌이 든다.

조금 다르게 읽게 된 점은, 흐름에만 몰두하지 않고 극 중 인물들의 내면에 더 깊이 들어가 보았다는 것이다. 왜 작가는 인물들을 끝까지 몰아붙였을까? 밑바닥까지 치닫는 고통을 겪은 그들의 삶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작가도, 그 캐릭터도, 독자도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걸어야 했을까?

캐릭터를 하나하나 분석해 보려 했지만, 그런 시도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순히 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이 작품에 대한 예의처럼 느껴졌다. 예전에는 ‘상실과 자기혐오로부터의 저항’이라고 썼던 감상이, 이제는 다음과 같은 생각으로 바뀌었다.


‘각자의 시선으로 본 세상에는 타인과
어긋나는 날카로운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 간극을 이해하려고 서로의 영역에 함부로 끼어들지 말고,
각자가 자기 앞에 놓인 삶을 묵묵히 걸어가도록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자.
저마다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으니.’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내 글, 십 년 후에 다시 이 작품을 본다면 어떤 마음일까? 그때는 이 글을 이해할 만큼 삶의 고통에 익숙해졌을까? 그래서 그것을 올바르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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