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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타 Dec 01. 2024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정여울, <데미안 프로젝트>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많은 이들에게 인생 책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나는 그간 자아와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해 무수한 질문을 던지며 방황해 왔다. 성인이 되기 전에 이 작품을 만났다면, 블랙홀 같은 고뇌의 깊이에 조금이나마 빛을 던져줄 수 있지 않았을까?



《데미안 프로젝트》는 바로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존재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이들, 혹은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꼭 필요한 안내서처럼 느껴진다. 작가 정여울은 《데미안》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바탕으로, 심리학과 문학의 경계를 허물며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그녀의 통찰이 스며든 페이지들은 읽는 이에게 한층 더 명료한 진실과 공존의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느슨하게 지나쳤던 행간이 확연히 다가오는 순간들은 마치 빛나는 윤슬을 포착하는 듯한 기분이다.



나는 그동안 많은 이들이 ‘덕업일치’를 이뤄내는 모습을 보며 깊은 부러움을 느꼈다. 유명한 작가, 가수, 배우, 예술가…. 그들 속에 흐르는 타고난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이 만나, 만개하는 그 과정을 바라보는 일은 아름다우면서도 부러운 것이었다. 그들은 완벽한 개성화를 이뤄내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삶을 조형하는 사람들이었던 것. 내 인생에서도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이미 시간이 상당히 흘러버린 지금, 더 이상 꿈꾸는 것이 무의미한 것은 아닐지 고민하였다.



누구에게나 나침반이 필요하듯, 내 안에 지혜의 빛을 비춰줄 멘토가 존재했다면 내 인생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나는 데미안과 같은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목말라했다. 그런 본보기가 되어줄 사람, 내게 현명한 지혜를 심어주는 사람…. 내 인생은 그런 사람이 딱히 없었기에 이렇게나 평범히 흘러가는 것이라고 어리석은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책에서는 누구나 매일매일 개성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개성화의 길은 아주 가까이 있다고. 하루하루 책을 읽고 낭독하고 필사하고, 그 책 속의 아름다운 메시지를 내 삶으로 옮겨오는 것이 개성화라고. 또 데미안 같은 사람을 현실에서 만나기 어렵다면 책 속에서 우리는 데미안처럼 강렬한 멘토를 언제나 만날 수 있다고. 나는 이 말에 안도감과 함께 강력한 희망을 느꼈다.



나를 지탱하는 것은 진정한 자아, 셀프이며 그 셀프의 뿌리를 단단하게 해 주는 것이 ‘잘 보낸 하루’라고 책은 말한다. 그 위대한 데미안 같은 존재가 비로소 내가 되어야 한다고. 시끄럽고 복잡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뜨거운 용기와 위안을 얻을 것이다. 또 이런 마음도 자연스럽게 피어날 것이다. 너도나도 데미안 같은 존재가 되어 자신을 비롯한 타인과 끈끈하게 연대하는 그런 존재가 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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