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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덕 Sep 14. 2022

[종덕글귀] 사소한 물음표

너에게 빠진 순간

 내가 그 사람에게 빠졌는지 아닌지를 깨닫는 순간을, 나는 사소한 물음표에서 알아차린다. 아주 일상적이고 가끔은 지루하기까지 한 뻔한 물음표들에 심각한 의미를 부여하게 될 때. "뭐해?"라는 물음표에 나의 사소한 부분까지 궁금해하는 너의 모습을 생각하며 혼자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다 무미건조한 단답을 들으면 내가 뭘 잘못했나, 그동안 나의 착각이었나 순식간에 마음이 쿵 내려앉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에도 수십 번 오르락내리락하는 마음은 상대방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일 것이다. 사랑의 빠진 나의 의미부여 때문에.


 이 글귀는 (그림에서 알 수도 있겠지만) 아이유님의 'blueming' 노래에서 "뭐해라는 두 글자에" 이 첫 가사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아직은 마음껏 내 감정을 표현해서도 안되고, 상대방도 그래서는 안 되는 사이. 그렇기 때문에 더 감정이 요동치는 사이에서 고민하고 고민하다 결국 "뭐해?"라는 사소한 물음표를 건네게 되는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해봤을 거라 생각한다. 그때의 우리는 '아직' 이기 때문에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분까지는 아닐 테고, 하지만 '이미' 빠져버린 사이이기 때문에 둥둥 떠다니는 정도의 마음일 거라 표현했다.


 둥둥거리는 마음은 설렘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두려움을 담고 있기도 하다. 사랑에 빠질수록 겁이 나기 마련이다. 우리 사이에 대해, 미래에 대해, 무엇보다 상대가 나와 같은 마음일까에 대한 두려움. 마음을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도 사랑이라는 마음 앞에서는 겁이 나지 않을까 싶다. 상대방과 나의 타이밍, 온도 모두 적절히 맞아야 하니까, 정답이란 없는 감정의 영역에서 정답을 찾아야 하는 여정이랄까.


 그렇게 조심스러우면서도 나는 '멋대로'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나의 사랑은 상대방이 아닌 나 스스로가 더 커다랗게 굴리고 있는지 모른다. 어느 날 문득 상대방을 원망하면서 피해자인 척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의미 부여라는 것은 내가 하지 말아야지 한다고 안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그래도 난 이 둥둥거리는 마음을 좋아한다. 어쩌면 찰나의 순간으로 지나가버리는 시간이기도 하고, 내가 원한다고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이 둥둥거리는 마음을 가지고서는 모든 게 푸르고 또 붉게 보이니까. 많은 청춘들이 사소한 물음표에 의미 부여하면서,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만끽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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