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헬레나 Mar 10. 2022

미국 회사에서 일하면 절대 한국 회사 갈 수 없다?

나는 회사에 입사하여 일한 지 딱 8개월이 되었다. 처음에는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고 미국 문화를 이해하고 내 몸에 적응시키기까지 몇 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한국 회사에서만 일을 하고 더군다나 미국에 있는 한국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미국 회사를 가니 나는 혼자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었다. 다들 미국 회사나 외국계 회사를 지원하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하고 나 역시도 한국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이다. 유학생활을 다 끝내고 한국에 오자마자 취업준비를 하면서 나는 한국 회사도 미국 회사도 같이 이력서를 내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 주변에는 몇 명의 친구들이 외국계 회사를 다니고 나머지 친구들은 다 한국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외국계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면 느껴지는 게 조금 더 여유가 있는 것 같았다. 휴가도 눈치 보며 쓰지 않고 현대 말로 표현하면 '워라벨'이라는 워크 라이프 발렌스를 삶에 있어서 즐길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 역시도 이번에 미국 회사에 들어가면서 그 문화에 익숙해져 가고 있지만 왜 많은 사람들이 외국회사를 말했는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1. 딱 내가 맡은 업무까지만 나의 일


나는 트레이닝을 마치고 이제 본격적인 업무를 하기 시작했다. 나의 업무를 다 끝내고 오피스에 있는 쓰레기를 버리려고 한다거나 청소를 하려고 하면 내 매니저는 "유진, 그거 너 업무 아니야. 그런 조그마한 일까지 다 하려고 하지 마."라고 하는데 나는 깜짝 놀랐다. 한국 회사에서는 캔틴에 있는 커피도 채우고 정돈도 하고 쓰레기도 버리고 오히려 다른 그 외의 일도 하는데 미국 회사는 딱 내 일, 내 선을 지키고 그 이상은 시키지도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자세가 몸에 배어있는 나는 딱 내 일만 하기! 이 하나만을 지키는데만 3개월이 걸렸다. 오히려 하던걸 안 하려니 몸이 근질거리기까지 했고 자꾸 뭘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오히려 안 하면 불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매니저의 허락을 받고 나의 일을 다 마친 후에는 동선에 나가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거나 직접 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아직까지도 신기하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다른 일들을 시키고 위에서 본인이 한 것처럼 꾸미기도 하고 나의 job description에 없는 일을 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맡은 일을 조금 더 신경 써서 집중할 수 있었고 내 일을 다 하고 나서는 더 좋은 방법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을 하면서 기본 나의 업무에 더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생각할 수 있었다.


2. 휴가 쓰는 건 너의 권리야!


내가 미국에 살고 있지만 나는 카카오톡 메신저로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자주 한다. 이런저런 사소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가끔은 어디로 놀러 가고 싶다는 등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기도 한다. 내 친구 중에는 입사한 지 3년 차 인 대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작년부터 항상 1주일을 휴가 내서 유럽여행을 가고 싶어 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은 지 1년이 지났지만 항상 말할 기회를 놓치고 지금은 바빠서 나중에 가라며 미뤄지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흘러서 가지 못하고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야근하고 9시에 집으로 귀가하는 일개미가 되어있었다. 그렇기에 그 친구는 원하는 유럽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하기 전에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 일쑤였다. 나도 뒤돌아서 생각해보면 내가 한국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비슷했던 것 같다. 팀장님, 차장님, 계장님이 휴가를 다녀온 뒤 겨우 2일을 써서 4박 5일 해외여행을 갈 수 있었고 1주일은 꿈도 못 꿨었다. 이번에 나는 친구들이 하와이로 여행을 가자고 해서 회사에 몇 달 전부터 이야기를 해본다며 미뤄왔었다. 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 겁이 나서 하루하루 미룬 것도 있었고 어떻게 말을 잘해야 받을 수 있을까 혼자 머리로 생각을 했었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회사에 가서 매니저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나 휴가를 가고 싶은데,, 휴가를 다녀와도 괜찮을까?" 하고 소심하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내 이야기를 듣던 매니저는 바로 "당연하지! 언제로 생각해? 갔다 와 당연히 휴가 잘 보내고 와야지!" 하며 바로 수락을 해줬다. 휴가 가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고맙다고 말하자 내 매니저는 "유진, 잘 들어봐. 너 나한테 왜 미안해하는 거야? 이건 너의 권리야. 사람이 일을 하면 쉬는 건 당연한 거고 나는 네가 열심히 우리 회사를 위해 일해주는 걸 알고 항상 고마운 마음이야. 그렇기에 너는 그걸 누릴 자격이 충분해! 미안한 생각 하지 말고 재미있게 조심히 다녀와!" 하고 말을 해줘서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나는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혼자 하고 불안했는데 그렇게 이야기해주는 매니저가 너무 고마웠다. 하지만 미국 회사들은 그건 당연한 누려야 하는 권리로 생각을 한다.

3. 실수가 있을 땐 비난보다는 해결이 최우선


한국 회사생활을 했을 때 가장 억울하고 속상했던 점을 꼽자면 내가 생각하고 기획했던 일들이 나의 상사의 공으로 돌아가거나 뒤처리부터 하나하나 다 내가 했지만 아무도 내가 한 걸 몰라줬을 때, 같이 한 일들 중 실수가 생기면 왜 처음부터 잘 확인하지 못했냐고 비난을 받았을 때다. 그렇기에 나는 사람이 실수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실수를 할까 내가 조금이라도 놓친 부분이 있을까 봐 조마조마하고 불안했다. 당연히 모든 일에 있음에 실수하지 않고 제대로 하는 일이 중요하고 그래야만 하지만 사람이라는 존재는 한 번씩은 실수를 하고 그 실수로 인해서 배워가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회사에서 처음으로 일을 배우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 번 놓친 부분이 있었다. 내가 놓친 부분을 알게 된 순간 그 압박감이 나를 사로잡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서 미안하다며 다시 고치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 일을 다시 바로잡고 나서는 이제 내 매니저도 나한테 실망을 하고 엄청난 질책을 듣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그 생각들이 나를 더 조여왔다. 내 매니저는 그걸 확인하고 바로 고쳐 잡았으며 "이제 됐어! 우리가 고쳤으니 다행이야!" 하는 말을 했다. 내가 미안한 태도를 보이니 그런 나를 보며 사람은 처음 하는 일에 실수는 언제든지 있을 수 있고 그걸 다 같이 해결해 나가면 되는 거야. 우린 완벽한 팀이고 다들 고쳐서 행복하잖아 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실 생각을 해보면 맞는 말이다. 누구의 책임을 따지고 비난하기보다는 우선 해야 할 일을 해결해야 하는데 한국 사회는 아직까지는 그러한 방법으로 잘못을 따지려 들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한 점이 있으면 혼도 나고 반성해야 하는 건 맞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무엇이 먼저냐 라는 우선순위이다. 누구나 잘못을 인지하면 다시 하지 않기 위해 2배 3배는 더 시간을 투자해서 확인을 한다. 하지만, 그러한 환경이 나를 비난하기보다는 해결책을 찾고 바로잡는 환경이면 내가 이 회사를 위해서 일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지 않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