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1964 ~ 현재
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물이 그대로 보이지 않았어요. 항상 그 이면에 숨은 모습을 생각했죠.
설치미술가 이불의 운명은 어쩌면 아버지가 그의 이름을 ‘새벽’이란 뜻의 ‘불’로 지어준 그때 이미 결정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불 작가는 1980년대 후반부터 날카로운 사회비판과 역사의식을 가지고 강렬하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작업을 하며, 퍼포먼스, 조각, 설치 등 그 분야도 다양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설치미술가이다.
특히 20대 때는 신체를 다양하게 변형하고 실제과 다르게 왜곡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남성 중심적인 부조리한 시선과 군부독재에 체계에 반기를 들었다.
이후에는 부드러운 천, 솜, 스팽글과 털, 철사, 냄새와 시간 등을 주요 창작 재료로 삼아 다양한 실험을 계속했으며, 소복을 입고 생선 배를 가르거나, 색동 한복을 입고 방독면을 쓰고 부채춤을 추는 등 상징적인 기호를 지닌 세상의 부조리와 편견에 대해 우리의 시선을 바꾸기 위한 비판적인 퍼포먼스로 이어졌다.
해외에서 진행한 거리의 퍼포먼스는 현지 경찰의 의심을 받기도 하는 등 이불 작가의 작품은 난해하지만, 그만큼 보는 사람에게 남긴 충격과 의의는 엄청났다.
이불 작가는 우리가 사는 세계와 역사, 그리고 그것을 움직이는 권력의 실체를 작품으로 드러나 보이게 한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예술을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그녀는 예술을 추구하기보다는 어떤 추구의 결과로 흔적처럼 나오는 것이 작품이자 예술이 된다고 말한다.
이불 작가는 한 인터뷰를 통해서 "여전히 예술로 세상을 바꾸고 싶나"라는 질문에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바꾸고 싶기는 하지만 태도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지금 설사 세상이 다 나아졌다고 하더라도 말할 수 없더라도 계속해서 그런 노력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러다 실패하고 좌절하더라도 그런 좌절과 실망감에 대해서 언급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는 얼마나 잘 그리고 똑같이 그리냐가 미술을 평가하는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과 잘못된 점에 대해서 어떤 경종을 울리고 그 치부를 은근히 드러내는 것 그것이 예술가의 마땅한 역할이 아닐까?
그녀는 아직도 어둡고 컴컴한 밤을 지나 다가올 새벽을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인터뷰 출처: 연합뉴스]
[사진 출처: 서울 경제 (현대차 통 큰 후원으로 개인전... 현대미술가 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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