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 1929 ~ 2021
물방울을 그리는 것은 모든 사물을 투영하고 텅 빈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용해하는 행동입니다.
분노와 두려움을 몰아내고 자신을 비운다면, 평온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서구인은 자아를 개발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난 내 자아를 무화시키기 위해 이런 방법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작가는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김창열 화백이다. 그에게 물방울 그리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라는 질문에 그는 위에 글처럼 답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작가가 말한 것 처럼 서구인들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자아를 발전하기 위해 애쓴다. 누구나 그것이 진리인 것처럼 서로 경쟁하고 서로 다투고 순위를 매기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김창열 화백에게는 아니다. 김창열 화백이 인생의 후반기 동안을 물방울 작품을 어떤 감정을 담아 그렸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물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흘러가는 것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며, 물은 생명체에게 꼭 필요한 요소로 생명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김창열 화백에게도 물을 비슷한 경험을 주었다. 평양의 대동강 상류의 마을에서 살았던 작가의 고향마을에는 산기슭의 세 곳의 바위구멍에서 샘물이 용솟음치며 솟았고 그 물은 일직선의 수로를 이루며 강물로 흘러들었다고 한다.
김창열 화백은 유년시절 그 샘물에서 놀고 자랐는데 어린 시절의 이러한 기억은 힘든 상황을 명민한 에너지로 변화시킬 수 있게 했다고 한다.
그렇다, 그는 1973년 파리에서의 개인전 이후 물방울 작품들을 제작했다.
나이는 40대 중반이 될 즈음부터인데, 그전의 그의 삶은 어땠을까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었고 화가로 직업을 바꾸고 세계로 나아가 본인의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
너무나 많은 일들을 마주치며 거친 삶을 보내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을 때 그에게 나타난 것이 바로 물방울이었다.
그에게 물방울은 유년시절의 추억의 방울이 아닐까어쩌면 자아를 무화시키기 위하는 것도 본인의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자 다시 순수하고 깨끗했던 속세에 들어가기 전의 모습으로 씻고자 하는 의도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그의 물방울 연작들을 보면서 항상 '물방울을 되게 잘 그렸네'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그 물방울은 그냥 물방울이 아니다. 그가 바랬던 평온함이자, 어릴 적 추억이자, 물방울을 하나씩 그리면서 다시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그의 의지을 보여준다.
우리는 삶 속에서 항상 나를 채찍질하며 산다. " 더 잘해야지, 남들보다 더 잘나야 내가 성공하지"라고 생각하며 산다.
사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물질과 명예로 성공한 인생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내가 내 삶에 만족한다면 그리고 추억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그게 진짜 인생 아닐까?
이 글을 본다면 그의 작품을 보면서 김창열 화백이 말하고자 했던 물방울의 평온함과 그의 추억 그리고 의지를 감상해보고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물방울과 같은 나의 순수함을 나타내는 존재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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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갤러리 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