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an May 02. 2022

세계사를 바꾼 7개의 강 78

1. 1차 대전의 뫼즈 강


치머만 전보사건 

   

양측의 지루한 힘의 균형은 미국의 참전으로 한 방에 무너졌다. 미국은 연합군과 동맹국 사이에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먼로주의(미국과 유럽의 상호 불간섭 원칙) 이래 미국은 유럽으로부터 고립을 원하고 있었다.

 

복잡한 유럽 문제에 되도록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유럽으로부터의 간섭도 사양했다. 하지만 미국은 유럽 제국들끼리의 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 과정은 한 편의 첩보 영화 같았다. 


독일의 외무장관 치머만은 1917년 1월 멕시코 주재 대사관으로 암호로 된 은밀한 전보 하나를 보냈다. 그 안에는 세계를 뒤흔들 내용이 담겨 있었다. 멕시코는 과거 미국과의 전쟁에서 텍사스, 애리조나, 뉴멕시코라는 큰 땅을 빼앗겼다. 


그 땅을 되찾고 싶었으나 힘이 부족했다. 독일은 이런 멕시코의 가려운 곳을 찔러 들어갔다. 만약 미국이 독일과 전쟁을 하게 되면 즉시 미국을 침략하라. 독일이 전쟁에서 승리하면 멕시코가 빼앗긴 땅을 모두 돌려주겠다. 


멕시코로선 솔깃한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암호로 쓰인 이 전보의 내용이 영국 정보 당국에 의해 해독되고 말았다.


미국은 발끈했다. 가뜩이나 영국을 해상 봉쇄한다는 명분하에 펼친 독일의 잠수함(U보트) 작전으로 인해 미국 내 독일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다. 특히 독일 잠수함에 의해 격침된 루시타니아호에 탑승한 100여 명의 미국인 사망 사건으로 여론은 악화일로였다. 


영국을 봉쇄해야하는 독일은 잠수함 작전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미국의 참전은 사실상 시간 문제였다. 미국의 참전을 상수로 놓았을 때 그들의 배후를 칠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해두어야 했다. 


미국이 멕시코에 발목 잡혀 유럽의 전쟁에 뛰어 들 수 없게 만들자. 멕시코에 적당한 구실을 주어 대리전쟁을 하게 하면 손 안대고 코풀기다. 치머만이 멕시코 주재 독일대사에게 보낸 비밀 전보문에 담긴 독일의 속내였다. 


당시만 해도 암호해독기가 나오기 전이었다. 암호로 된 내용을 알 길 없었다. 하지만 독일이 미처 모르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영국 정보국은 이미 독일 암호 책을 갖고 있었다. 사건의 배경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5년 러시아 해군은 독일 순양함 하나를 나포했다. 그 직전 독일군 함장은 암호 책에 납을 달아 바다 속에 던졌다. 그는 암호 책이 영원히 수장된 것으로 믿었다. 러시아 잠수부에 의해 바다 속에서 건져낸 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러시아는 암호 책을 동맹국인 영국에 넘겨주었다. 


2년 사이 독일의 암호 체제에는 약간의 변화가 있었으나 내용을 해독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영국은 워싱턴으로 날아가 우드로 윌슨 대통령 앞에서 직접 독일이 보낸 전보의 내용을 해독하는 치밀함까지 연출했다. 


전보의 내용은 미국 신문에 대서특필됐다. 마침내 미국은 1917년 4월 6일 독일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했다. 그리고 8일 뒤 멕시코는 독일 외무장관 치머만의 제안을 점잖게 거절했다. 


독일은 잔머리 굴리다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 미국이 참전함에 따라 정체 상태에 놓였던 전쟁의 양상은 180도 바뀌었다. 이듬해 11월 11일 4년여를 끌어 온 1차 대전은 독일의 항복으로 끝을 맺었다. 그 동안 4천 여 만 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1차 대전은 이전의 전쟁과 여러모로 다른 양상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세계사를 바꾼 7개의 강 7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