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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n Apr 18. 2022

세계사를 바꾼 7개의 강 65

3. 1차대전의 뫼즈강


가장 어리석은 전쟁     


20세기는 전쟁의 세기였다. 1,2차 대전과 스페인내전, 한국전쟁, 월남전, 중동전쟁, 아프리카의 내전들…그리고 냉전.


21세기가 되면 전쟁은 멈출 줄 알았다. 백년이 지나면 좀 더 현명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도 인간은 자신들의 최대 발명품을 포기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에선 끔찍한 살육이 벌어졌다. 인간을 향한 증오의 총질은 인류가 존속하는 날까지 계속 될 것이다. 


20세기 초만 해도 유럽인들은 더 이상 전쟁이 없을 줄 알았다. 보불전쟁(1870-1871년)이후 유럽에는 꽤 오래 전쟁이 없었다. 총성이 사라진 채 40년을 지내자 그들은 안심했다. 이때까지 그들은 몰랐다. 역사상 가장 큰 전쟁의 파도가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줄. 


1차 대전(1914년 7월–1918년 11월)은 미증유의 재앙이었다. 인류가 자초한  참극이었다. 오직 호모사피엔스만이 가능한 자신의 종(種)에 대한 대량 학살(genocide)이었다. 제노사이드는 인종(genos)과 살인(cide)이 결합된 단어다. 세계를 정복한 후 한껏 기고만장해진 서양문명에 가해진 역사의 회초리였다. 


대항해시대와 식민지 개척, 산업혁명을 거치며 포악해진 서양문명은 제국주의라는 변종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를 차례로 수탈하며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무한 팽창을 노렸다.


1920년에 이르러 서양 문명은 전 세계 육지의 절반을 지배했다. 쓸모없는 땅을 제외하면 지구 표면의 거의 전부나 다름없었다. 400년 전에만 해도 그들의 힘이 미치는 지역은 고작 3%에도 미치지 못했다. 


18,19세기 유럽의 팽창 속도는 빅뱅을 연상시켰다. 18세기는 유럽의 디딤판  이었다. 대포와 총기로 무장한 그들의 범선은 전 세계 해안을 누비기 시작했다. 아편전쟁(1차 1840-1842년, 2차 1856년-1860년)을 통해 동양은 그들의 적수가 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유럽은 전 세계 바다를 독점했다. 그들의 19세기는 자랑스러웠고 20세기는 더욱 찬란히 빛날 것 같았다. 음울한 세기말적 분위기는 예술가들의 고질적인 허무주의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마냥 빛날 것만 같던 유럽의 20세기는 역사에 유례없던 세계대전(大戰)이라는 비극으로 막을 올렸다.     

 

과학의 발달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대량학살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는 뜻밖의 반전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 1차 대전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전쟁의 광기는 4년 남짓 기간 동안 무려 3800만 명의 사상자를 냈다. 죽은 군인의 숫자는 900만 명이나 됐다.


흑사병 이후 최대의 재앙이었다. 14세기 유럽을 집어삼킨 흑사병은 대략 2천 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당시 유럽 인구의 ⅓이 흑사병으로 죽어갔다. 흑사병은 자연과 관련된 것이어서 신의 심판 탓으로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1차 대전은 분명 인간 스스로 부른 참화였다. 


전쟁의 발단은 유럽의 변방 발칸 반도에서 시작됐다. 발칸반도는 유럽에 속한 땅이지만 오래도록 이슬람 깃발을 내건 오스만 제국의 일부였다. 그곳은 민족, 종교, 언어, 정치라는 인간 종(種)만이 가진 특수성으로 인해 늘 지배와 반발이 이어져 왔다. 


불씨 하나라도 떨어지면 금세 온 산을 태울 것처럼 바짝 마른 상태여서 ‘유럽의 화약고’라 불렸다. 그 화약고에 실제로 불씨 하나가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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