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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연 Feb 25. 2022

8. 티오프 한 시간 전에 도착

 ■ 시간을 선점하면 유리

 

  우리에게 익숙한 시골 5일장에 가보면 노점상들은 좋은 길목을 차지하기 위해 새벽부터 나와 자리를 잡는다. 자리를 잘 잡은 사람은 오전에 거의 목표치를 팔고 점심을 먹고 나서는 자리를 뜬다. 파장이 될 때까지 집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늦게 나와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골프장도 이왕 와야 하는 곳이기에 미리 여유 있게 와서 라운딩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30분 먼저 도착하면 1~2타를 줄이고 1시간 먼저 오면 3~4타를 줄인다는 말이 있다. 시간을 선점하면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사례는 여러 가지가 있다.


  손자병법에서 자주 인용되는 이야기가 있다. 전쟁터에서 미리 도착해서 적을 기다리는 군대는 편하지만, 전쟁터에 늦게 도착해서 전투에 나서는 군대는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월나라 왕 구천은 오나라 왕 부차가 부왕의 복수를 위해 전쟁준비에 여념이 없다는 말을 듣고 중신들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한다(손무, 손자병법, 동해출판 2006, p.412.).

 “늦으면 다른 사람의 지배를 받고 앞서면 다른 사람을 지배한다고 했소. 나는 부차가 군사를 이끌고 오기 전에 그를 치고 싶소.”

  재미있는 심리학 실험이 있다. 보통 영화관에서 팔걸이를 옆 사람과 같이 사용한다. 그런데 그것은 과연 누가 차지할까, 나이가 많은 사람일까, 여자일까, 남자일까. 모두 정답이 아니다. 팔걸이는 먼저 온 사람이 차지하는 법이다. 그 사람이 나이가 많던 적던, 남자이던 여자이던 상관이 없다. 먼저 도착한 사람은 팔걸이를 독차지하고 여유 있게 다리를 뻗고 앉는다. 그리고 나중에 온 사람은 왠지 거북함을 느끼면서 몸을 웅크리고 조심스럽게 앉을 수밖에 없다(이토 아키라 외 1인, 이제는 절대로 심리전에서 밀리지 않는다, 바다출판사 2017, pp.131-132.) 

  이것은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비즈니스에서는 항상 먼저 도착한 사람이 심리적으로 상대방을 위압한다. 먼저 도착했다는 사실이 강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약속시간에 늦지는 않았더라도 상대방보다 늦게 도착하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하고 고개를 숙이게 되니,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시간에서 밀리면 심리적으로도 밀린다.  


 ■ 티오프까지 생각보다 많이 소요되는 시간

2017년 11월 21일 전남 순천 승주CC  클럽하우스 리뉴얼 행사 기념 시계탑. 골프장 시계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 5분 빠르게 해 놓는다.

  골프는 시작 시간이 정해져 있는 운동이다. 티오프 시간에 맞춰 동반자와 행동을 같이 해야 한다. 그래서 지각하는 결례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골프장에 여유를 가지고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언제 어디에서 교통정체가 발생할지 아무도 미리 예측할 수가 없다. 중간에 예기치 못한 사고라도 한번 발생하면 도로상에서 30분 정도는 그냥 지나가버린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티오프 1시간 전에 골프장에 도착한다는 생각으로 출발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골프장에 도착을 하면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프로세스로 인해 실제로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첫째, 클럽하우스에 도착하여 골프백을 하차하고 주차장에 주차를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오는 시간(주차난이 발생하거나 늦게 도착한 경우에는 발레 파킹을 이용)

  둘째, 클럽하우스 프런트에서 참석자 서명 등 라운드 등록을 하고 라커를 배정받는 시간(주요 시간대는 등록 대기행렬이 길어서 시간이 더 걸림)

  셋째, 라커에서 골프 복장으로 갈아입고 골프화 착용 후 선크림을 바르는 등 라운딩 준비시간(경우에 따라서는 라운딩 전 샤워 혹은 화장실 사용으로 인해 시간이 소요되기도 함)

  넷째, 스트레칭, 퍼팅연습장에서 퍼터 연습, 드라이버나 아이언으로 스윙 연습 등 사전 몸 푸는 시간(티오프 시간 최소 10분 전에 볼, 장갑, 티, 마크, 그린 보수기 등 라운딩에 필요한 준비물을 챙긴 후 카트에서 대기)


  그런데 시간 여유가 없이 늦게 도착을 하면 여러 가지 준비단계 프로세스를 생략해야 되고, 혼자서 허둥대다가 첫 홀 티잉그라운드에서 급하게 티샷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신체 리듬이 깨져서 정상적인 스윙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첫 홀부터 안정적으로 진행하지 못해 예기치 않았던 미스 샷이 발생하거나 타구 방향이 잘못되어 두세 타 이상의 추가 스코어를 기록하게 된다. 이미 시작부터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2022년 5월 21일 에콜리안 제천CC 화장실에 부착되어 있는 내용이다. 주말 골퍼의 경우 첫 홀에 늦게 도착한 동반자에게 2벌타를 과연 부과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프로선수 김한별은 대회 당일 루틴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보통 경기 시작하기 3시간 전에는 준비에 들어가죠. 간단한 스트레칭과 함께 요기를 한 다음 1~2시간 여유를 두고 골프장에 도착합니다. 골프 시작 전에 충분한 여유를 두고 움직이는 것은 반드시 성적에 영향을 줍니다. 몸과 마음이 경기에 적응하는 데에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죠." 

  오재근 한국체대 운동 건강관리학과 교수는 허겁지겁 서둘러 골프를 하는 것과 그러지 않을 경우 1타 이상 타수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티오프 직전 스트레칭을 루틴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스트레칭만 잘해도 1타를 줄인다는 것도 괜한 말이 아니다(매경프리미엄 202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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