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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연 Mar 14. 2022

13. 다시 돌아오지 않는 골프공

 ■ 이미 친 공에 미련 버리기


  대한골프협회 골프규칙 6.3a에 의하면, 티오프 한 후 그 홀이 끝날 때까지 플레이어는 원칙적으로 티오프 한 그 볼로 플레이를 하여야 한다. 잘못된 볼이나 규칙에서 교체가 허용되지 않을 때 교체한 볼에 스트로크를 한 경우 플레이어는 페널티를 받는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플레이할 볼에 식별표시를 해두어야 한다.

  구기 종목은 다 같이 공을 사용하는 운동이지만 골프와 다른 구기 종목을 보면 차이가 있다. 축구는 공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면 다른 공을 가지고 스로인이나 코너킥을 통하여 경기 재개가 가능하다. 오히려 경기 진행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볼 보이를 두거나 다른 공을 사용하기도 한다. 야구는 파울볼을 몇 개 쳐도 아무 문제가 없다. 볼은 심판을 통하여 계속 제공이 된다.

  그러나 골프의 경우, 티잉 구역에서 티샷을 한 후 그 홀을 홀 아웃할 때까지 공을 바꿀 수 없다. 골프는 지금 쓰고 있는 공이 중요하다. 이것이 분실이 되거나 규정이 허용되지 않는 상태에서 교체하게 되면 벌 타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골프공이 플레이하는 도중에 사라지게 되면 다시 공을 치기 위해서는 벌타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2022년 6월 16일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 15번 홀에서 오구플레이를 한 '윤ㅇㅇ' 선수는 이를 숨기고 있다가 한 달 후 KGA에 자진 신고했다. 바비 존스와 너무 대비가 된다.

  현존하는 최고의 SF소설가로 추앙받는 테드 창Ted Chiang은 그의 단편집에서 세상에는 돌아오지 않는 네 가지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①입 밖에 낸 말, ②공중에 쏜 화살, ③지나간 인생, ④놓쳐버린 기회이다.(테드 창, EXHALATION;숨,  엘리 2019, p49.)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방금 샷을 한 골프공’이다. 골프도 스윙이 이루어지면 두 번째 기회란 존재하지 않는다. 한번 떠난 공은 영원히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샷을 하는 동안 집중이 필요하다. 10초만 집중하면 되는데 그걸 집중하지 못해 미스 샷을 내고 나서는 스스로를 원망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소모품이지만 주인공 역할을 하는 골프공


  프로선수가 가장 신중하게 교체하는 용품은 뭘까. "드라이버를 바꾸면 드라이버만 연습하면 되지만 공을 바꾸면 모든 클럽을 다 연습해야 하죠." 타이거 우즈Tiger Woods의 말이다. 골프공은 라운드 중 필수이자 그 자체로 목적이며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프로선수들이 클럽은 바꾸지만 공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매일경제 2021.4.3.)  

  사실 골프공은 소모품이나 공의 재질이나 탄성 등에 따라 경기력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프로 선수들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골프 클럽이 '활'이라면 골프공은 '화살'이다. 활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화살이 좋아야 더 멀리 날아가 정확하게 목표물을 맞힐 수 있다. 주말 골퍼들이 골프채 선택만큼이나 골프공 선택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1990년부터 개정된 미국 골프협회USGA 규정에 따라 42.67mm 이상의 골프공을 사용하게 되었다. 또한 공이 몇 겹으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따라 투피스(2겹), 쓰리피스(3겹), 포피스(4겹)로 구분한다. 투피스는 런이 많아 장타가 나오지만 딱딱한 느낌으로 하급자들이 많이 쓰고, 쓰리피스는 비거리가 떨어지나 회전이 잘 걸려 싱글골퍼들이 주로 사용하며, 포피스는 드라이버 스핀을 낮추고 어프로치 스핀을 높여주는 고난도의 컨트롤 샷이 가능하다고 한다.(이용훈, 초보 골프교실, 골프아카데미 2016, pp.39-41.) 

  일반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 공에 따라 샷의 결과가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인지하기가 어렵다. 나 역시 공에 따른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샷이 일정해야 공에 대한 차이를 느끼는데 샷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공에 대한 것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2021년 한 해 동안 미국과 한국 남녀 프로 4개 투어의 타이틀리스트 볼 사용률은 평균 70%를 넘었다. 각 투어 2위 브랜드의 평균 사용률은 10%를 조금 넘는 데 그쳤다. 타이틀리스트는 특정 선수 한두 명에 집중하는 ‘스타 마케팅’보다 ‘사용률 마케팅’에 집중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골프를 직업으로 삼고 전문적으로 다루는 수많은 프로 선수 중 절대다수가 선택하는 제품이라면 ‘이것은 곧 최고의 제품’이라는 인식이 심어진다”라고 설명했다.(한국경제 2022. 3. 2.) 

  아마추어의 경우 골프공 브랜드에 대한 개별 선호도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프로선수들이 많이 사용하는 인기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러한 제품류는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어서 공하나 잊어버리면 4~5천 원 하는 김밥 한 줄이 날아가버리는 것 같아 쉽게 손이 가지 않을 수 있다. 새 골프공으로 친 첫 샷이 바로 로스트볼이 되면 가격도 가격이지만 심리적으로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대부분 아쉬운 한 마디씩을 한다. 골프공이 분실되지 않는다고 하나의 공으로 너무 많은 홀을 진행하면 공의 표면 딤플이 마모되어 아무래도 거리와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남자들은 골프장갑 한 번 더 사용하려다가 손에 물집이 생기거나, 면도날 한 번 더 쓸려고 하다가 마침내 피를 보게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듯이 적정한 시기에 공을 교환해서 사용해야 한다.


  고무가 주원료인 골프공은 기온 변화에 가장 민감하다.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철에는 거리가 줄어든다는 이론에 필자도 동의를 하며 아이언 샷의 경우 한 클럽 더 잡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낮아진 공기 온도에 따른 영향이다. 차가운 공기가 따뜻한 공기에 비해 밀도가 높아 골프공에 가해지는 양력과 항력에 모두 영향을 끼쳐 큰 저항이 발생해 비거리가 짧아진다. 프랭크 토머스 전 미국골프협회 기술 디렉터는 약 26.6℃ 기온에서 드라이버로 251.9야드를 보내는 골퍼가 약 4.4℃ 기온에서는 244.3야드에 그쳐 7.6야드의 비거리 손실이 발생한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골프공 자체의 온도가 낮아졌을 때다. 골프공의 온도가 차갑게 낮아지면 고무 소재의 복원력과 탄성이 떨어져 비거리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골프다이제스트 2022.1.5.)

  이러한 점을 착안하여 추운 날씨에 라운딩을 나가게 되면 공기 자체는 따뜻하게 할 수 없으므로 티샷을 하기 전에 공을 주머니 속에 넣거나 핫팩을 사용하여 공을 따뜻하게 한 후 티샷을 할 필요가 있다. 

 

 ■ 흔한듯 귀한 골프공  

   

  현역에서 은퇴를 하고 몇 년이 지나면 평상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골프공이 아쉬워지는 경우가 있다. 선배들이 “은퇴하고 나면 공식적인 행사가 없어서 골프공과 수건이 귀해진다”라고 한 말이 기억난다. 골프공은 일부 사서 쓰기도 하지만 골프를 치다 보면 이리저리 공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단체행사 시 시상 상품 혹은 참가 기념품, 홀인원이나 이글 기념품, 회사 방문 기념품, 그리고 의전용으로 가져오는 공 등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한다. 라운딩을 하다 보면 공과 관련된 매너를 지켜야 할 일들이 발생을 한다. 여러 가지 경험한 것 중에 몇 가지 사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이글 기념품, 홀인원 기념품, 남여주CC 단체행사 기념품, 전남드래곤즈 20주년 기념품, 포레카 창립기념품, 환갑잔치 기념품

  첫째, 비즈니스 상 의전용으로 공을 나누어 줄 때는 누가 무슨 목적으로 가져온 것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골프공 한 줄(3개입)은 보통 일만 원에서 일만오천 원 정도를 한다. 현금 만원을 받거나 줄 때는 사람들이 신경을 쓰는데, 그 이상의 가격이 되는 골프공을 받으면서 별 인식 없이 의례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다소 잘못된 태도이다. 골프공 한 박스(12개입)를 준비해 나온 사람은 라운딩 분위기를 좋게 시작하려는 의도가 있다. 공을 받은 사람은 약간의 감사하다는 말과 몸짓으로 호응을 하면 그날 운동은 시작부터 괜찮은 분위기로 진행이 될 것이다.  

  한참 오래전 일이지만, 대학 시절 동아리 선후배 골프모임에 필자가 B사 골프공 한 박스를 가지고 가서 나누어 주려고 하니 후배 한 명이 “그런 공은 줘도 안 씁니다. 최소한 ㅌㅇㅌㄹㅅㅌ는 되어야지요”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런 말을 한 후배를 그날 이후 다시는 만나지 않았고 그 모임에도 나가지 않고 있다.


  둘째,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진풍경 중 하나로, 골프백에 해저드에 빠진 공을 건저 내는 낚싯대 같은 것을 넣어 다니는 사람들을 가끔 볼 수 있다. 그런데 해저드에서 공을 건지는데 관심을 가지다 보니 안전사고 우려 등 공치는 분위기를 흩트리거나 전반적인 경기 진행을 지연시키는 경우가 발생을 한다. 또한 라운드 도중 숲 속으로 들어간 본인 공을 찾으러 갔다가 필요 이상의 시간을 소모하고 로스트 볼을 한 움큼 들고 나오는 사람도 있다. 한국 골프장은 필드 운영여건상 시간 지연이 생기면 빠른 진행을 재촉하므로 동반자의 호흡을 급하게 만들어 샷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로스트볼을 건지거나 줍는데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본업인 샷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티샷이 오비가 나거나 해저드에 공이 들어가면 카트가 가까운 곳에 있어서 본인 골프백에서 잠정구를 가져오면 문제가 없으나, 세컨드 샷부터 오비가 나거나 해저드에 공이 들어가면 잠정구 칠 공을 준비하고 있지 않아서 멀리 떨어져 있는 캐디에게 공을 가져다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진행이 생각보다 시간을 지연시키는 원인이 된다. 어느 정도 샷을 컨트롤할 능력이 되지 않으면 경기중에 만약을 대비하여 항상 여분의 공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그래야 다른 동반자의 경기 리듬을 깨지 않는다.

 


*각주) 오구플레이: 플레이어 본인의 공이 아닌 볼을 쳤을 때를 말하며, 그 플레이는 무효가 되며 2 벌타를 받는다. 이후 자신의 원구를 찾아 그 지점에서 다시 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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