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디의 역할과 중요성
일반적으로 아마추어 골퍼들은 4명이 한 팀이 되어 라운딩을 한다. 여기에 캐디가 한 명 같이 카트에 동승하여 라운딩을 도와준다. 캐디는 사실 4~5시간을 골프 이용객들과 같이 보낸다. 그래서 골프장을 대표하는 지배인이나 관리자가 클럽하우스 입장 시 프런트에서 열심히 인사하고 눈웃음을 지어도 그것은 찰나의 순간이고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있는 캐디가 골프장 이미지 형성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많이 들어본 이야기이지만 중국집의 매상은 음식 맛으로 올리지만 홀에서 서비스하는 종업원의 응대에 따라 평판이 달라진다. 지저분한 복장에 푸석한 머리 그리고 안 씻은 듯 보이는 시커먼 손으로 주문한 음식을 식탁으로 가져오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골프장 역시 코스관리나 환경도 중요하지만 손님에게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캐디의 영향도 이에 못지않다.
대한골프협회 골프 규칙 10.3a을 보면 플레이어의 캐디는 라운드 동안 플레이어를 도울 수 있다.(대한골프협회 홈페이지) 플레이어는 라운드 동안 자신의 클럽을 운반·이동·취급하고 자신에게 어드바이스advice를 해주고 그 밖의 허용된 방식으로 도움을 주는 캐디를 쓸 수 있다. 다만 플레이어가 한 번에 둘 이상의 캐디를 써서는 안 되며, 새로운 캐디로부터 어드바이스를 받으려는 목적만으로 일시적으로 캐디를 바꿔서는 안 된다.
볼 닦아주기, 백 운반하기, 라인 봐주기 등 경기에 필요한 기본업무를 포함해 샷과 코스 매니지먼트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선수와 함께 전략을 짠다. 또 심리적인 측면에서 선수에게 자신감을 주거나 상승세를 탈 때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캐디 몫이다.
골프장 캐디의 다양한 서비스가 고객의 운동 몰입 및 운동 만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한 연구 결과를 보면 첫째, 캐디의 의사소통 서비스와 경기 진행 서비스가 고객의 운동몰입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캐디의 원활한 의사소통 서비스가 운동몰입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둘째, 캐디의 측정 및 분석 지원 서비스와 의사소통 서비스, 경기 진행 서비스 그리고 문제 및 상황 대처 서비스가 고객의 운동 만족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캐디의 측정 및 분석 지원 서비스가 고객의 운동 만족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최종진, 골프장 캐디 서비스 품질이 운동몰입과 운동 만족에 미치는 영향, 한국 스포츠산업 경영학회지 13권 4호 2008, pp.251-262.)
프로의 경우 캐디의 중요성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 2021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 수상 부문에 신설된 ‘올해의 캐디상’은 함정우 선수의 캐디 김용현이 수상했다. 김용현은 2021년 KPGA 코리안투어 전 대회인 17개 대회에서 함정우와 함께 모습을 보였으며 함정우의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우승을 이끌었고 함정우가 꾸준한 활약으로 제네시스 포인트 3위에 위치하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
함정우는 “용현이 형은 코스 안에서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믿음을 준다. 경기 중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마다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많은 조언도 해줘 의지가 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세계일보 2021.12.23.)
■ 캐디의 서비스 품질
한국의 경우 골프장의 수준을 평가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캐디의 서비스 품질이라고 할 수 있다. 캐디라는 직종의 특성상 4시간 이상을 골프장 이용객과 함께 하는 것으로 캐디의 기본적인 예절과 태도, 골프 룰에 대한 숙지정도, 축적된 경기보조 기술은 골프장 이용객의 만족도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이는 골프장의 이미지 및 재방문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이다.
제품 소비와 서비스 소비의 차이점은 일반적으로 4가지로 구분한다. 유형의 상품과 비교해 볼 때 서비스는 형체가 없는 무형성intangibility, 생산·구매·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동시성 또는 비분리성inseparability, 서비스의 표준화와 규격화가 어려운 이질성heterogeneity, 보관과 저장이 불가능한 소멸성perishability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Valarie A Zeithaml 외 2인, 서비스 마케팅, 도서출판 청람 2013. pp.20-24.)
골프장에서 캐디가 제공하는 서비스 소비경험은 서비스 제공자인 캐디와 소비자인 플레이어가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동시성과 비분리성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상호작용 속에서 서비스 제공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내용과 품질 수준은 서비스 제공자에 따라 이질적일 수 있고, 또한 동일한 서비스 제공자일지라도 서비스 제공 상황과 서비스 이용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서비스 소비경험은 제품 소비경험보다 훨씬 변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또 그런 만큼 다양한 소비경험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 소비경험의 변화 가능성 때문에 소비자들은 제품 평가보다 서비스 평가를 더 어려워하며, 또한 소비자의 기대 수준을 일정하게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불만 수준 역시 제품보다 더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또한 청소기와 같은 제품의 경우 실용성을 생각하지만, 골프와 같은 상품은 즐거운 느낌이나 감정 수준에 따라서 만족 수준이 달라지는 것이다.(임종원 외 3인, 소비자 행동론, 경문사 2010, pp.317-318.)
캐디의 서비스 품질에 불만족할 경우 플레이어는 세 가지 형태로 태도변화를 일으킨다. 재 구매 행동을 하지 않거나 부정적 구전효과를 내거나 불평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첫 번째로 재구매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 아마추어의 경우 보통 4인당 캐디 한 명이 지원이 되어 골프장에서 배정된 캐디를 어지간한 이유로는 교체하거나 캐디 없이 진행하기가 어렵지만, 프로의 경우는 전문 캐디의 서비스 품질에 대해 불만으로 인해 캐디 없이 라운딩을 마친 경우도 있다.
김해림 프로는 2021년 7월 4일 강원 평창 버치힐 골프클럽(파 72)에서 치러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맥콜 모나파크 오픈' 우승 인터뷰에서 전문 캐디들을 향해 일침을 날렸다(한국일보 2021.7.6.).
“전문 캐디라는 분들이 돈 벌기 위한 목적으로만 대회에 온다는 것에 화가 나 노 캐디no caddy를 한 것도 있다."
3~4일간 이어지는 대회를 뛰면 '초보 캐디'는 주급 100만 원 안팎을 받지만 ‘챔피언 캐디’등의 꼬리표가 붙어 인기가 올라가면 150만 원까지 몸값이 뛴다. 최정상급 캐디는 이보다 더 올라간다. 성적에 따라 받는 인센티브는 별도다. 우승 시 상금의 10%, 톱 10 입상 시 상금의 7~8%를 받는 게 최근 시세다. 시즌 상반기나 하반기, 대회 수로 계약할 경우 인센티브제가 있기도 하다. 최근 전문 캐디들이 이와 같이 높은 비용에 비해 선수를 위한 노력이 미흡하다는 것이 김해림 선수가 날 선 반응을 보인 이유다.
두 번째로 골프장 방문 후 캐디 서비스 품질에 대해 ‘캐디 수준이 엉망, 혹은 불친절하다’라는 부정적 구전을 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골프장마다 캐디를 평가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지만, 요즈음은 구인난으로 인하여 이를 그냥 넘기는 경우도 있다. 또한 다문화 가족이 캐디를 하는 경우에는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서 진행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한비자에 구맹주산(狗猛酒酸)이란 말이 있다. ‘개가 사나울수록 술이 시큼해진다’는 말이다. 하루 종일 문 앞을 지키는 사나운 개로 인하여 술집 영업이 되지 않아 술이 쉰다는 뜻인데, 구성원 중에 끼어있는 '사나운 개' 한 마리면 조직을 충분히 망칠 수 있다는 고사성어이다.(박일규, 서예 이야기, 충청투데이 2021.7.19.)
서비스 품질기준에 부족한 언행을 하는 캐디로 인하여 부정적 구전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골프장 평판을 저하시키고 손님들의 골프장 선택에 부정적 영향을 끼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에 비견되는 이야기이다. 골프장 경영자의 고상한 철학과 원대한 이상, 심지어 뛰어난 자질마저도 손님들과 오랜 시간 직접 접촉하는 캐디 중에 숨어있는 '사나운 개' 한 마리로 인해 무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세 번째로 불평행동을 하는 것이다. 제일 먼저 일어나는 행동은 캐디만 모르게 플레이어끼리 캐디의 행동이 느리다든지, 거리가 정확하지 않거나 라이를 잘못 이야기한다든지 불평을 하면서 캐디 의존도를 줄인다. 이러한 결과로 일어나는 다음 불평행동은 팁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말 웬만하면 캐디에게 팁을 주는데 이것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히 캐디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것이다. 라운딩이 끝나고 뒤통수가 따갑지 않으려고 팁을 주는데 팁을 못 받은 캐디들은 스스로 서비스 품질에 대해서 반성을 해보아야 한다. 팁은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이다. 서비스를 잘 제공(기브)해야 팁을 받을(테이크) 수 있다는 것이다. 불평행동의 마지막은 경기 후 라커로 들어갈 때 평가표에 부정적 의견을 쓰거나 요금 정산을 하면서 지배인이나 프런트에 캐디에 대한 불평을 털어놓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