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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연 Mar 21. 2022

17. 제5의 동반자 캐디(Ⅱ)

 ■ 골퍼가 싫어하는 캐디 vs 캐디가 싫어하는 플레이어


  골퍼가 좋아하는 캐디는 라운딩 서비스를 잘해주는 캐디이고, 캐디가 좋아하는 플레이어는 스스로 알아서 공을 잘 치는 사람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유형에 대해서는 생략하고 싫어하는 유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인터넷 서핑을 해보면 골퍼가 싫어하는 캐디 유형이나 캐디가 진상골퍼라고 하는 상황에 대해 여러 가지 사례가 다양하게 올라와 있기에 여기에서는 필자가 골프를 치면서 들은 이야기나 직접 경험한 것을 중심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먼저 골퍼가 싫어하는 캐디 유형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동안 들은 의견 중 가장 빈도수가 많고 공감이 가는 한 가지는 '캐디가 라운드를 리드하거나 조언을 해주는 본연의 역할을 넘어서 손님을 교육하거나 훈육시키려는 경우'가 있을 때 골퍼들은 싫어한다. 플레이어가 질문을 하지도 않았는데 스윙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을 하거나 골프매너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사람을 민망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특히 초보자 이거나 핸디캡이 높은 사람인 경우에 이런 일이 발생을 하는데, 친절하게 설명을 하는 식이 아니라 약간 무시하는 태도로 이야기를 할 때는 오히려 손님인 골퍼가 당황스럽기도 하다. 이런 경우 정말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한다. 

  2021년 8월경 ㅇㅇCC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린에서 퍼팅을 하려는데 공과 홀컵과의 라인 선상에 피치 마크pitch mark가 있어서 그린 보수기로 수리를 했다. 그러자 캐디가 나에게 와서 “수리는 그렇게 하시는 게 아니고, 그 죽은 잔디 가운데를 파내고 가장자리 잔디로 메워야 죽은 잔디가 누렇게 남지를 않아요”하면서 다음부터는 수리를 하지 말라고 하였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접하고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 필자 역시 피치마크 보수하는 방법을 잘 알지만 단지 나의 퍼팅을 위해 최소한의 필요 조치를 취한 것인데, 그걸 가르치려고 달려드는 상황을 접하고 보니 정말 다음 홀부터는 그 캐디와 대면하기가 싫어졌다.  


  반대로 캐디가 싫어하는 손님 유형이다. 2012년 3월 20일 승주CC에서 캐디와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다. 여기에서 50여 명의 캐디에게 복수응답 형식으로 가장 싫어하는 손님유형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는데 가장 빈도수가 높은 2가지 유형은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는 카트와 멀리 떨어져 있는 공에 가면서 몸만 가서 채를 가져오라는 배려 부족 플레이어다. 대충 거리를 묻고 클럽 한 두 개를 챙겨가는 것이 아니고 그냥 가서 골프채를 가져다주기 전까지 가만히 서있기 때문에 소위 ‘섰다 맨’이라고도 하는데, 한 명의 캐디가 4명의 골퍼를 지원하다 보니 힘이 드는 상황인데 진행에 협조를 하지 않고 골프클럽을 가져다줄 때까지 가만히 서있으면 정말 경기 진행이 어렵다고 한다. 특히 무더운 여름철에는 더욱더 싫은 사람이 이런 분들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샷이 잘못되면 캐디 탓으로 돌리는 남 탓 골퍼이다. “거리가 맞지 않았다”든지 “해저드hazard를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등과 같이 샷이 잘못된 모든 결과를 캐디 탓으로 돌리는 골퍼를 싫어한다고 했다. 이 중에서 특히 싫어하는 플레이어는 1.5미터 이내의 숏 퍼트를 놓치고 나서는 라이를 잘못 봤다고 캐디를 탓하는 경우라고 한다.  

  '배려 부족'과 '남 탓'을 하는 사람은 골프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든지 누구든지 좋아하지 않는 듯하다. 

감정 노동자인 캐디를 존중해 주는 좋은 골퍼가 된다면 더 나은 서비스로  즐겁게 라운드를 마칠 수 있다. (동아일보 2017.5.13)


 ■ 캐디 사기진작 노력 필요


  라운드 당일 캐디를 잘 만나는 것도 그날 운이라고 골퍼들은 이야기한다. 그래서 서비스 품질이 좋은 캐디를 잘 만나야 스코어도 좋아지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좋아진다. 

  캐디는 지리학자(코스 분석)이자 코미디언(분위기 띄우기)이자, 짐 싣는 마부(백 이동)이자 동시에 친구(영혼의 파트너)인 존재라고 한다.(조선일보 2021.5.15.) 그만큼 다양한 역할을 하는 캐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다 할 수 없기에 그들의 사기 진작이 필요하다. 


  2021년 6월 14일 티크라우드CC 갔더니 캐디라는 호칭 대신 ‘라운드 매니저’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일부 다른 골프장도 ‘필드 매니저’ 혹은 ‘그린매니저’ 등 매니저라는 호칭을 통하여 캐디의 역할과 사기를 진작하여 서비스 품질을 올리고자 한다. 물론 호칭도 중요하지만 캐디의 역할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잘 교육시키고 그들의 사기를 진작시켜야 손님들에 대한 서비스 품질을 높여 고객을 만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전남 순천 파인힐스CC에서 고객 서비스 향상 차원에서 '캐디 자유복장제'를 실시하여 고객들로부터 좋은 호평을 받은 적이 있다.(2012.6.1)


  나는 경기도우미인 캐디의 사기를 증진시키기 위해서 골프장 입장에서 '조직지원인식'을 고취하고 '내재적 보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조직지원인식POS: perceived organizational support은 ‘회사가 진정으로 나의 공헌을 가치 있게 여기며 종업원 복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라운딩 전후 대기실의 안락함과 샤워 시설의 쾌적성 유지, 식사 및 복장 지원 등의 조치가 잘되는 것을 의미한다.(박세연, 사회적 교환관계 및 정체성 지각이 자발적 협력행동에 미치는 영향, 박사학위논문 2016, p.50.) 골프장 경영자가 캐디를 대하는 이러한 마음이 고객에게 친절한 행동으로 표출되어 한번 찾은 고객이 다시 찾게 되는 선순환 과정을 이룬다고 볼 수가 있다.

  내재적 보상intrinsic rewards은 종업원 인정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캐디 평가제를 통한 ‘이달의 캐디’ 혹은 '금주의 미소왕'을 선정하는 등 그들을 인정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자면 동반 라운딩을 하는 골퍼들도 캐디가 생각하기에 '오늘 참 괜찮은 손님들과 즐거운 라운딩을 하였다'는 생각이 들도록 매너 있는 행동을 한다면 그들의 서비스 품질을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모든 골퍼들이 캐디를 제5의 동반자로 생각하며 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를 바라면서 가수 '태진아'가 부른 '동반자' 노래를 개사(괄호 안)해서 불러본다.


  "당신은 나의 동반자

   영원한(오늘의) 나의 동반자

   내생에(오늘의) 최고의 선물

   당신과 만남이었어

   잘살고 못사는건 타고난 팔자지만(잘치고 못치는건 오늘의 운이지만)

   당신만을 사랑해요(믿었어요)

   영원한(오늘의) 동반자여"


*각주: 보상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외재적 보상(Extrinsic Rewards)은 급여, 보너스, 성과급 등 주로 직접적인 금전적 대가와 복리후생을 말한다. 내재적 보상(Intrinsic Rewards)은 업무수행과정 중에 일에 대한 만족감이나 학습감을 높여주거나 구성원 개개인의 비전 실현과 자신감을 높여주어 구성원들의 업무 의욕을 제고시켜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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