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세연 Jul 18. 2022

26. 못다 한 이야기

 ■ 스윙에 필요한 여백의 미


  여백(餘白)은 화면에서 그림이나 글씨 등 묘사된 대상 이외의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빈 공간을 말한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빈 공간으로서의 여백은 작품의 전체적인 구도 속에서 균형과 비례, 공간감 등을 만들어낸다. 작품을 구성하는 여러 조형요소들이 통일감 있고 조화롭게 화면을 구성하는 데에는 여백이 필수적이다.(네이버 지식백과 2022.5.13.) 신문광고와 동양화 등에서 '여백의 미'를 활용하여 광고주나 작가가 의미하는 바를 소비자 혹은 갤러리에게 전달하거나 관심이 집중되도록 하는 이 기법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여백의 미’에서 ‘여백’은 2차원적 평면에서의 표현이며 이를 3차원적으로 해석을 하면 ‘공간’을 의미한다. 골프에서도 이러한 여백의 미가 필요하다. 특히 다운스윙에서 공간 창출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골프 스윙은 몸 앞에 클럽이 지나가는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스윙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프로들의 스윙을 자세히 보면 다운스윙 시 오른쪽 무릎이 앞으로 나가지 않고 왼쪽으로 회전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무릎이 앞으로 나가면 공간 창출에 방해가 되어 스윙궤도가 어긋나기 때문이다.   

집안에 마련된 나의 아지트 서재는 넓은 책상에 24인치 TV와 노트북이 있어 글 쓰고, 책 읽고, 스포츠 중계와 뉴스 시청 등 여흥을 즐기기에 적당한 공간이다.(2022.8.17)

  골프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도 여백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자기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더불어 혼자만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인 아지트를 하나 정도는 마련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휴식, 공부, 취미활동 등 어떠한 형태이던지 간에 재충전할 수 있는 적당한 여유나 공간을 갖지 못한다면 일상의 삶에 일찍 지칠 수가 있어 멀리 가질 못한다. 골프는 그 자체로 일상에서 여백의 미를 창출할 수 있는 운동이어서 좋다. 아울러 일과 생활의 균형,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부킹에서 설렘이 야외 필드까지 이어지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정한 연습 등 일 이외의 영역에서 에너지와 시간을 적절히 배분해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조절해 만족스러운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장점이 있는 운동 중 하나이다.  


 ■ 스코어 편차에 도전


  골프를 칠 때마다 기량이 향상되어 스코어가 줄어들어 3년 안에 모두 비슷한 수준이 된다면 재미가 없어서 아무도 골프를 치지 않을 것이다. 골프를 쳐보면 다른 사람과 실력 차이도 있고 개인의 스코어에도 편차가 있다. 스코어 편차는 개인의 핸디캡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 것으로 샷이 일정하지 않아 타수가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고수일수록 낮은 핸디캡에 편차가 적고, 하수일수록 높은 핸디캡에 편차가 크다. 주말 골퍼의 경우 평균 핸디캡에서 ±10 정도의 편차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골프를 치게 되면 계속 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이러한 편차를 줄여보겠다는 목표, 즉 인간 본연의 도전 심리가 작용하는 것도 한 가지 이유이다. 


 골프에서 스코어 편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외부요인인 경기장 환경이고 다른 하나는 내부 요인인 개인차이다. 


  모든 운동경기는 일정한 규격을 갖춘 경기장에서 경기를 한다. 축구, 핸드볼, 양궁, 수영, 육상 등 다른 운동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종목별로 경기에 대한 규칙을 정하고 규칙에 부합한 장소에서 경기를 한다. 골프는 코스가 있지만 자연 친화적인 곳에서 경기를 하며 각 골프장마다 코스 설계가 달라서 난이도나 거리가 다르다. 또한 동일한 골프장이라도 매번 티 박스나 그린의 핀 위치가 조정되어서 골퍼가 매번 정확히 샷을 하더라도 친 볼이 떨어지는 곳은 일정하지 않고 정확히 예측할 수도 없다. 

  같은 골프장에서 수십 번 경기를 해도 코스 세팅에 따라 시야나 거리가 달라져서 스코어가 칠 때마다 달라진다. 실내연습장에서는 잘 치는데 필드에 나오면 안 맞는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차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필드에서는 발의 스탠스를 두는 장소가 평평한 곳이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렇듯 외부환경이 스코어 편차를 발생시키는 요인이 된다.


  스코어 변동 폭이 큰 다른 이유는 골퍼 개인이 발생시키는 편차이다.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 개인의 샷이 일정하지 않아 타수가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탁구, 야구, 테니스 등 다른 구기 종목은 움직이는 볼을 치는 것이나 골프는 정지된 볼을 골퍼의 의지대로 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편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배구, 축구, 농구처럼 볼의 진로를 가로막는 상대방이나 네트가 방해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골프는 방해받는 것이 없이 오직 골퍼 자신과의 경기이다. 

  이러한 개인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2022년 5월 9일 jtbc골프방송에서 아마추어 고수 두 사람을 초청해 공 잘 치는 방법에 대해 의견을 물었는데, 결론은 반복적인 훈련, 즉 연습만이 살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다. 핸디캡 대비 편차가 큰 사람은 아무래도 연습이 부족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가 있다. 작은 물줄기가 모여 큰 강을 이루듯이, 지속적인 연습이 모여서 핸디캡의 편차를 줄일 수 있으리라 본다. 


 ■ 생애 기억할 만한 라운딩을 누구와 함께 

 

  골프를 치다 보면 기억할 만한 라운딩 경험이 몇 번 생긴다. 그날 공이 잘 맞았다든지, 좋은 골프장에 초대를 받았다든지, 동반자가 좋았다는 등의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여기에서는 주말 골퍼라면 누구든지 반드시 기억이 되는 기념될만한 날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가장 설레고 걱정도 많이 되며 실제 실수도 너무 많이 하여 기억에 남는 라운드가 처음으로 필드에 나가는 날이다. 처음 필드에 나갈 때는 동반자의 정성과 관심이 중요하다. 자주 필드에 나가다가보면 아무 일도 아닌 일상으로 여겨지는 것이 처음에는 전부 생소하고 신기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비행기 탑승 시 신발을 벗고 타라”라고 하면 자주 타는 사람은 우스갯소리로 알지만, 처음 타는 사람은 신발을 벗고 탈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라운딩에 필요한 준비물과 클럽하우스에서의 프로세스를 상세히  안내해 줄 필요가 있다.

  간혹 만나서 공을 치는 한 분은 30여 년 전 처음 필드에 나갈 때 아무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서 집에서부터 골프 복장에 골프화를 신고 갈아입을 옷이나 언더셔츠 없이 갔다고 한다. 그날 골프가 끝나고 전부 샤워를 하러 가는데 본인은 땀 냄새 나는 옷을 계속 입고서 남의 시선을 피한다고 상당히 애를 먹었던 적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다음으로 공을 치면서 생애 기억할 만한 라운딩이라 하면  첫 싱글, 첫 이글, 홀인원, 사이클 버디 이 네 가지 정도이다. 집안에 이 네 가지  기념패를 소장하고 있다면 골프를 치면서 이룰 것은 다 이루었다고 이야기들을 한다.  

  필자의 경우 첫 싱글패, 홀인원 기념패, 생애 최저타(74타) 기념패 이 세 가지를 동반자들로부터 받은 적이 있다. 첫 이글은 이글이 무엇인지 의아해하는 초보자들과의 함께 골프를 치다가 발생을 하여 기념패를 받지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약간의 아쉬움이 남아 있다. 그래서 가끔 동반자를 잘 만나는 것도 복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2018년 10월 10일 경기 용인 화산CC에서 홀인원을 했다. 한 달 후 동반자들이 기념패를 만들어 다시 한 번 축하해주었다.(2018.11.5.)


  라운딩 도중에 생애 기억할 만한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이전에 홀인원이나 이글 등을 했던 적이 있는 경험 있는 사람들과 골프를 쳤다면 제대로 된 축하를 받을 것이고 좋은 추억이 남는 기념행사도 함께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세상살이가 다 그러하듯이 자기보다는 조금 더 잘 나가거나 지식이나 경험이 많은 사람과 함께 다녀야 뭔가는 배울 것이 있는 것이다. 

  먼저 골프를 배웠다고 반드시 골프에 대해 제대로 안다고 할 수는 없다. 골프 실력은 물론이고 경기규칙 등 이론적 지식도 풍부하고 매너 있고 고품격의 여담을 주고받는 사람과 동반 라운드를 하게 되면 배울 것이 많아서 다른 사람과 다른 곳에서 라운드를 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 

.............................

 *각주) 사이클 버디: 파3, 파 4, 파 5, 이 3종류의 홀이 연이어지는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은 경우다. 물론 홀의 순서는 상관없다. 


작가의 이전글 25. 골프 3 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