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제목 : 『아티스트 웨이』는 이리저리 휩쓸려 살아가던 사람에게 저절로 '아하'를 외치게 한다
『아티스트 웨이』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면의 아티스트 성(性)을 찾아내서 기어코 끄집어내 주는 책이다. 처음 이 책을 만난 것은 SNS를 기웃거리다 보니 이상하게도 여기저기서 공통으로 여러 번 만나게 되는 책이었다. 그렇게 그런 책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지나려는데 인터넷 북 클럽 '뉴 아티'에서 본격적으로 '이 책을 파헤쳐 볼 사람 모여라' 하는 광고성 문구가 눈에 딱 걸렸다. '좋아 한번 파보자' 하는 심산으로 집어 든 것이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매일 아침 모닝페이지 쓰기, 일주일에 2~3회쯤 아티 데이트하기를 권하고 있다. 그것이 아티스트의 길이라고 한다. 반신반의하는 맘으로 실천해 보기로 했다.
모닝 페이지는 살아가는 기록이자 흔적이다.
매일 아침 아니, 매일매일 살아가는 흔적을 기록하고자 하는 것은 누구나 소망일 터이다. 하지만 누구나 이를 실행하지는 않는다. 그저 둥글둥글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니 시간이, 세월이 휘리릭 흘러버린다. 어느새 흘러버린 세월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그 쇠털같이 많았던 시간이 흔적도 없다. 기억도 가물거리고 그나마 남아있는 기억들은 기억하고 싶은 것들만 기억하게 되는 파편처럼 조각되어 있다. 이쯤 되니 그동안 살아온 삶에 미안해진다.
이즈음에 만난 아티스트 웨이의 줄리아 카메론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아니 좀 더 일찍 만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그래도 줄리아 카메론은 언제나 위로한다. 이제부터라도 흔적조차 없어질 일상을 모닝 페이지로 남겨보라고. 권하는 대로 모닝 페이지를 썼다. 처음엔 노트에 적어 내려갔다. 누군가에게 보일까 저어 되어 다시 컴퓨터 노트북에 적기 시작했다. 그러나 컴퓨터 기계가 주는 차가움과 깊은 내면을 뒤적거리기가 쉽지 않은 기계의 딱딱함이 공감을 주지 않게 되자 핑계 삼아 모닝 페이지와 멀어졌다. 그러다 다시 잡은 것은 역시 공책에 펜으로 쓰는 손 글씨 모닝 페이지였다. 이렇게 오다가다 가다 쉬다를 반복하게 되었다. 그러다 다시 공책과 펜으로 옮겨가 다시 쓴다. 시간이 흘러 모닝 페이지 노트를 새로 장만하게 될 즈음이 되자 뿌듯하게 공책 한 권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쉬이 그곳에 쓰인 알 수 없는 글들은 읽히지 않는다. 그날 아주 많이 아팠구나, 그땐 이렇게 하면 더 좋았을걸. 그때그때의 내면의 적나라함이 고스란히 그곳에 박제되어 있다.
아티스트 데이트는 내면의 울림을 듣게 하는 도구다
아티스트 데이트를 하기 위해 일부러 신발을 신기도 한다. 살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은 날이 더 많다. 눈동자 운동만으로도 하루를 보내고 싶은 날이 있다. 한데 아티스트 데이트를 숙제처럼 하려고 일어나 어느새 신발을 신고 있다. 그러기를 한두서너 번. 그러다 보니 차츰 아티스트 데이트 그 매력을 알아버렸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데이트하고 싶어진다. 나와의 데이트인 아티스트 데이트 말이다. 처음엔 어색하게 혼자 가까운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아파트 단지 내 산책길을 어슬렁어슬렁 걷다가 다른 사람과 눈이라도 마주칠라치면 흠칫거리게 된다. 늘 누군가와 함께 대화하며 걷고 여럿이 어울려 함께 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혼자 하는 데이트는 왠지 어색했다. 나와의 데이트 장소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실내라면 더더욱 그랬다.
어느새 숙제처럼 마지못해 했던 아티스트 데이트는 일상에서 갈망하는 시간으로 변해있었다. 운동하던 사람은 며칠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알아차리고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아티스트 데이트의 매력을 알게 되면서 나와의 대화 시간을 찾게 되었다. 풀리지 않는 것 투성이인 삶의 여정에서 깊이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알아버렸다.
이제는 혼자서 걷는 산책길이 더 익숙하다. 나아가 혼자서 찻집에서 차를 마실 줄 안다. 더 나아가 혼자서 영화관을 가기도 하고 혼자서 여행도 한다. 나와 대화의 깊이는 혼자 하는 시간에 비례한다. 혼자 하는 데이트 시간이 길수록 내 안에 있는 아티스트는 활개를 친다. 풀리지 않았던 묵직함도 아이디어가 솟는다. 글을 쓰고 싶어진다. 기록하고 싶어진다. 만들어보고 싶어진다. 실행에 옮기고 싶어진다. 아티스트 데이트는 힘이 있다.
그대에게 『아티스트 웨이』를 권하고 싶다.
그렇게도 힘이 드냐고 묻고 싶을 때가 많다. 그렇게 무거운 어깨를 보며 말없이 뒤따르며 걸을 때가 많다. 시대의 짐을 모두 지고 있는 듯 고뇌 어린 그대 20대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자기 생각을 뒤로한 채 앞만 보며 무섭게 달려온 10대의 삶을 지나 혼돈과 방황의 늪에서 헤매는 젊은 그대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 아니 같이 읽고 싶은 책이다. 단단하고 멋진 그대들 내면의 원석을 맘껏 펼쳐내 누구보다도 반짝거리는 보석이 되게 하고 싶다. 삶의 시작점에서 무한한 가능성에 헤매는 20대의 그대들에게 어쩌면 길을 선택하게 하는 좌표가 될 수 있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어디 20대뿐이랴. 밀물처럼 그리움이 밀려오거나, 아니면 썰물처럼 삶의 의지가 빠져나가기를 무한 반복하며 나이 들어가는 중년의 친구야, 그대에게도 『아티스트 웨이』 한 권을 권하고 싶단다. 살아온 하루하루가 아티스트였을 그대들에게도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를 함께 하자고 청해본다. 살아온 날들의 흩어진 진주들을 이젠 꿰어내는 것을 줄리아 카메론과 함께 하자고 말이다. 지금까지 흔적 없이 흩어진 많은 세월을 이젠 꿰어서 그 묵직한 흔적을 남겨보자고 권하고 싶다. 『아티스트 웨이』와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