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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페이지] 긍정적인 ‘나’ 만들기

아침햇살

by 뉴아티

-변화는 두렵다.


휴직을 앞둔 작년 연말,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이미 6년 전에 한 번의 휴직을 경험했기에 다가올 휴직이 두렵고 무서웠다. 지난 휴직 기간 동안 나는 정신적으로 무너짐을 경험했고 자존감이 바닥을 쳤었다. 준비를 해야 했다. 내가 나로서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1년을 잘 보낼 수 있게 준비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머릿속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

어느 날 직장에 조퇴를 신청하고 엄마가 계신 납골당에 갔다. 정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를 보며 나는 두려운 마음이 더 커졌고 머릿속은 검정 물감을 풀어놓은 듯했다. 그날 저녁 미니린님 블로그를 통해 알고 있던 이 여정을 함께하기로 결심했다. 내 머릿속에 뿌옇게 차 있는 생각들을 글쓰기를 통해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큐리어스를 통해 신청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미리 주문한 책의 앞부분을 읽고 이미 반을 한 것과 같은 기분으로 12월 사전 줌 모임에 참석했다. 마음의 준비를 잘했던 탓일까?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를 감싸는 기분이었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2월 동안은 모닝페이지 작성을 위한 준비를 했다. 아침에 평소보다 3~40분 일찍 일어나기, 노트 준비하기, 마음에 들고 잘 써지는 펜 준비하기 등등 나는 출발선에 서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육상 선수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탕! 1월 1일이 되었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노트와 펜을 들고 책상에 앉았다. 그냥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마구 쏟아냈다. (몇 주 후에 첫날의 기록을 읽어보고 박장대소했다. 불과 몇 주 전에 내가 이랬구나 싶었다.) 생각 없이 적다 보니 5페이지나 썼었다. 시간이 꽤 걸렸다. 루틴을 만들기 위해 모닝 페이지 분량과 작성 시간을 조절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첫날의 기록을 마쳤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나는 같은 시간에 일어나 기록을 했다. 당시 남편에게 말하지 못한 남편에 대한 답답함과 불편함에 대해서 마구 적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런 내 마음속 답답함을 기록한 것에 대해 칭찬하고 싶다. 모닝 페이지에 적었기에 남편과 다툼도 하지 않았고 부정적 감정을 잘 정리했기에 가족에게 짜증 섞인 말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월, 화, 수, 목, 금을 잘 적고 시작이 좋구나 하고 있었지만 주말에는 적지 못했다. 그러한 패턴이 계속 이어졌고 사실 지금도 평일만 모닝 페이지를 적고 있다. 1월에는 주말에 적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해 실망을 하기도 했으나 이런 루틴이 나에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대신 평일에는 꾸준히 잘 써보자 마음을 먹었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까지도 나는 평일에는 잊지 않고 모닝 페이지를 적고 있다. 여행을 갔을 때조차 조금 일찍 일어나 모닝 페이지를 썼다. 스스로에게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하며 휴직 중인 지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12주가량 모닝 페이지를 쓴 후의 나 자신을 생각해 보면 내 모습을 더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 같다. 예전이라면 실망한 내 모습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만 가득했을 텐데 지금은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고민한다. 그러고는 내 감정을 긍정적으로 만든다.

휴직을 한지 이제 한 달쯤 되었고 여전히 모닝페이지를 쓰고 있다. 출근할 때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피곤하긴 하지만 출근할 때처럼 열심히 생활하고 아직까지는 자존감도 여전하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머릿속이 뿌옇게 되는 횟수가 줄었다는 점이다.

나에게는 모닝 페이지가 있다. 부정적인 감정이나 나쁜 상황이 생기더라도 모닝 페이지에 적다 보면 그것들을 사라지고 긍정적인 ‘나’만 남는다. 12주 아티스트 웨이 책 읽기는 끝났지만 다시 1주부터 읽으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기로 한다. 습관이 될 때까지, 노력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긍정적인 내가 될 때까지 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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