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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ESG 법제화, 어떻게 흘러왔을까?

2014년부터 2025년까지의 흐름

by 조하

최근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는 지속가능한 기업 경영의 핵심 과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제 ESG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며, 기업의 전략과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럽연합(EU)은 ESG를 단순한 경영 철학이 아닌 구체적인 법적 규제 체계로 발전시키며, 글로벌 ESG 정책의 방향성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EU는 지속가능성을 사회 전반의 가치로 정립하고, 이를 기업 활동과 금융시장에 반영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단계적으로 구축해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EU가 도입한 주요 ESG 관련 법제들을 시간 순으로 정리하고, 각 제도의 핵심 내용과 그 의미를 쉽게 풀어 설명합니다. ESG 법제화의 큰 흐름을 이해하고,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정보 공개] ─────→ NFRD → CSRD + ESRS

└────→ SFDR (금융기관용 공시)

[지속가능성 기준] ──→ EU Taxonomy

[기업 행위 의무화] ──→ CSDDD (공급망 실사)

EUDR (산림벌채 실사)

[소비자 보호·기후대응] ─→ CBAM (탄소국경세)

ESPR (제품 설계)

ECGT (그린워싱 규제)



첫 발걸음: 공시의무에서 시작된 변화

EU의 ESG 규제 여정은 2014년 비재무정보 공시 지침(NFRD) 도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대기업이 환경, 사회, 거버넌스 측면의 비재무적 정보도 공개하도록 요구한 첫 시도였습니다. 이후 2015년 파리기후협정 체결과 함께 EU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5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후속 입법이 연이어 등장하게 됩니다.



지속가능금융 기반 다지기: 녹색분류체계와 SFDR

2018년 EU는 ‘지속가능금융 행동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ESG 규제 틀을 마련합니다. 특히 2020년에 도입된 EU 녹색분류체계(Taxonomy) 는 어떤 경제활동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정(SFDR) 은 금융기관이 자산운용 시 ESG 요소를 어떻게 고려하는지 공시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이러한 규정은 단순히 정보를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 자금이 친환경 산업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EU 택소노미 규정 (EU Taxonomy Regulation)

시행 연도: 2022년 일부 적용 시작

핵심 내용:

경제활동의 지속가능성 판단을 위한 분류체계 제공

기후 변화 완화·적응 등 6대 환경 목표 기준 설정

출처: EU Taxonomy Regulation



기업공시의 새 기준: CSRD와 ESRS

2022년 말, EU는 기존의 NFRD를 대체하는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을 채택했습니다. 이 지침은 보고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ESG 정보 공개를 재무제표 수준으로 강화합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2025년부터 2024년 실적에 기반한 보고서를 공시하게 됩니다. CSRD에 따른 보고는 유럽지속가능성보고기준(ESRS) 에 근거해 이루어지며,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인권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정량·정성 정보를 포함합니다. 이는 단순한 보고가 아닌, 기업 전략과 리스크 관리에 ESG 요소가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비재무정보공개지침 (NFRD: Non-Financial Reporting Directive)

시행 연도: 2018년

적용 대상: 직원 500명 이상 상장기업

핵심 내용: 환경, 사회, 인권, 부패방지 등 비재무정보 공개 의무화

의의: EU 내 ESG 정보공개의 출발점 역할

출처 : EU NFRD 공식 자료


지속가능성보고지침 (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시행 연도: 2024년 (2023년 말 채택)

적용 대상: NFRD보다 확대된 모든 대기업 및 상장 중소기업 (단계적 적용)

핵심 내용:

보고 기준: ESRS(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적용

이중 중요성(double materiality) 반영 의무화

외부 감사를 통한 신뢰도 제고

출처: EU CSRD 공식 발표




공급망 실사로 확장: 행동을 요구하는 규제들

정보 공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 하에, EU는 기업의 공급망 관리에도 ESG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2024년 발효된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입니다. 이 지침은 기업에 대해 자체 활동은 물론, 협력사와 공급망 전반에서 인권 침해나 환경 훼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대응할 의무를 부여합니다. 또한 산림파괴방지규정(EUDR) 을 통해 EU 내에서 판매되는 일부 농산물과 원자재에 대해 ‘산림벌채 프리’ 요건을 적용하며, 기업들은 이에 대한 실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공급망 실사 지침 (CSDDD: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도입 진행 상황: 2024년 3월 EU 의회 최종 합의

적용 대상: EU 내 1000명 이상, 매출 4억 유로 이상 기업, EU 외 기업도 일정 조건 충족 시 적용

핵심 내용:

인권·환경에 대한 공급망 전체 실사 의무 부과

이사회 수준에서 ESG 리스크 고려 의무

출처: EU CSDDD 공식자료



환경규제의 고도화: 탄소국경세와 그린소비 보호

기후정책 측면에서는 EU의 대표 전략인 유럽그린딜(European Green Deal) 과 그 이행 패키지인 핏포 55(Fit for 55)가 중심축을 이룹니다. 이 중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는 EU 외 국가에서 생산된 철강, 시멘트 등 탄소집약 제품에 탄소비용을 부과하여 공정경쟁을 도모합니다. 2023년부터 시범 시행된 이 제도는 2026년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입니다. 또한 지속가능제품 설계규정(ESPR) 은 제품 단계부터 친환경 설계를 의무화하고, 그린워싱 방지 지침(ECGT)은 근거 없는 친환경 마케팅을 제한함으로써 소비자 권익을 보호합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연도: 전환기간: (보고 의무): 2023.10.1 ~ 2025.12.31 / 본격 시행 (비용 부과): 2026.1.1~

핵심 내용: EU 역내 탄소규제 수준을 수입품에도 적용해 탄소 누출을 방지하고 공정경쟁을 유도하는 제도. 전환기에는 탄소배출량 보고만, 2026년부터는 탄소배출권(CBAM 인증서) 구매 의무 발생.

적용 대상: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기, 수소 (탄소집약 산업 중심)

출처: EU CBAM 공식 페이지


ESG 규제,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

EU의 ESG 규제들은 단순히 나열된 목록이 아니라,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CSRD에 따라 공시한 ESG 정보는 투자자들이 SFDR을 통해 활용하고, 이는 다시 친환경 산업으로 자본이 유입되도록 만듭니다. 공급망 실사 지침과 소비자 보호 지침은 기업 활동의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하며, 공시 규제와 맞물려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이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듭니다.


마치며

지난 10여 년간 EU는 ESG를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제도적 기준으로 자리잡게 해 왔습니다. 단순한 정보 공개 수준을 넘어, 기업의 실질적인 책임 이행과 공급망 전반의 변화까지 요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규제의 나열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기업 전략에 통합하기 위한 구조적 전환이며, 앞으로 글로벌 ESG 논의에서 EU 모델이 핵심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CSRD와 CSDDD는 ESG를 단순한 ‘외부 요건’이 아니라, 경영 핵심 의사결정과 지배구조의 일부로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EU의 제도는 유럽 기업뿐 아니라, EU 시장과 거래하거나 진출하려는 전 세계 기업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제 ESG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대응하지 않으면 리스크가 되는 시대입니다.

지금이야말로 ESG를 전략적으로 바라보고, 제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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