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새와 달' 하나의 끈으로 이어진 것처럼
쨍쨩한 푸른 하늘에 그리운 이들이 두둥실 떠다니는 모습, 삑삑- 삐약삐약- 정다운 새들의 노랫소리, 물방울이 퐁퐁 솟아오르는 잔잔한 물결까지. 이 모든 것이 마치 마법처럼 얽혀 하나의 풍경을 이루네요. 그림 속 푸른색은 파리의 밤하늘이기도 하고, 고향 바다의 끝없는 물빛이기도 해요. 그 속에 날아다니는 하얀 새들은 저를 닮은 것 같기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한 마리는 저 높은 곳으로, 또 다른 한 마리는 아래로, 엇갈리는 길 위에서 우리는 서로를 찾고 또 찾아요
내 그림은 제 마음속에 담긴 그리움의 우주예요.
쿵, 쿵, 쿵, 심장이 뛰는 소리처럼, 그림 속 작은 점들은 모두 저의 숨결이자 간절한 염원이지. 화면 가득 펼쳐진 푸른색은 슬픔의 색이면서도 희망의 색이기도 해요. 이 끝없는 푸른 바다 위에서 저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헤엄치고 또 헤엄쳐요.
김환기, '새와 달'
하얀 새들은 저와 제 사랑의 메신저.
펄럭, 펄럭, 힘찬 날갯짓으로 제 마음을 전하고 있어요. 우리가 서로 다른 곳에 있어도,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그림의 아래쪽에는 마치 거울처럼 한 마리의 새가 더 있어요. 현실의 저와, 저 너머의 당신. 우리는 서로 마주 보고 있지만,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어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만나리라는 믿음이 있으니까요.
그림을 통해 그리움을 해소하고, 다시 만날 날을 꿈꿔요. 쓱싹쓱싹, 물감을 덧칠하고, 점을 찍을 때마다 당신의 얼굴이 더 선명해져요. . 이 그림은 바로 당신에게 보내는 저의 편지예요. 세상의 모든 언어가 사라져도, 이 그림만은 남아 우리의 이야기를 전할 거네요.
이토록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치 하나의 끈으로 이어진 것처럼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믿어요.
보이지 않는 힘으로 서로를 느끼고, 그리워하고, 영원히 묶여 있는 것이죠. 마치 양자 얽힘처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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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작가 관점에서 그림 읽어 가기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Kim Whanki, 1913-1974)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프랑스, 그리고 생의 마지막을 보낸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며 한국적 서정주의를 바탕으로 한 전면점화(All-over Dot Painting) 양식을 확립했으며, 그의 대표작으로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와 《우주(Universe) 05-IV-71 #20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