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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시헌 Jun 18. 2024

소회

대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벌써 초여름입니다. 너무 긴 시간 동안 펜을 놓은 듯하여 독자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나마 궁색한 변명을 한다면 기말고사 공부를 하느라 글을 쓸 틈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임시 글을 몇 개 미리 썼어야 하는데, 제가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나 봅니다. 물론 시험은 다 마치고 성적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애매한 시간은 초조하기도 하고, 마냥 종강이라고 놀 수도 없는 상황이라 피곤하여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불편한 때이긴 합니다만, 저에게는 2학년 1학기의 끝자락이 그동안 줄곧 담아두었던 근본적인 고민을 정리할 시점이라고 생각되어 더욱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는 이 자리에서 풀어쓰지는 않겠지만 제가 추구하는 이상이란 무엇이며, 저는 그 길을 완주할 수 있는 끈기와 노력을 할 각오가   되어있는지, 그만큼의 능력은 있는지 등 젊기에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그 모든 고민에 앞서 가끔은 무기력이 저를 덮칠 때가 있습니다.  제가 노벨상이나 퓰리쳐 상 후보도 아니고 하다못해 심지어 중학생 때 이후로는 공모전이나 백일장에서 상도 받지 못했는데, 과제를 할 때에 교수님께서 내리시는 평가도 수많은 레포트들 중에 하나를 점수 매길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저는 제 글에 대한 애정도 특별함도 같이 식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바라보고 있는 꿈은 노벨상이나 퓰리처 상 수상자들조차 그 가운데 몇사람만이 가졌던 이상입니다. 그것은 제가 쓰는 글이 흥미롭고 창의적일 뿐만이 아니라 - 물론 모든 글이 그러할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의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 줄만한 힘을 가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설득하고 회복시킬 수 있을까요. 그런데 제가 글을 쓰는 실력마저 빈약하다고 한다면, 저는 먹고 살 길조차 정말로 막막하기만 합니다.  


  어떠한 것이 진정한 글이고 어떠한 글이 낙서에 불과할까요? 저는 여전히 낙서쟁이로만 남을 뿐일까요? 나머지 현실적인 고민들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입니다. 제가 어디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저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절에 빠져 펜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독자 여러분이 제 글을 어떤 방식으로든지, 좋아해주신 덕분입니다. 내 글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시험 공부를 할 때에도 힘이 나더군요.:).


  그동안 제가 쓴 글들은 모두 저의 진심을 담아서 쓴  것들입니다.  주로 서평의 형식을 띄는 글이었지만 저는 책 내용에만 충실하거나, 냉정한 평가만 내리는 것을 지양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저의 진실성을 알아봐주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제 진심이 전해졌다는 것은 어느 정도 다른 사람에게 제 글이 조금이나마 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다시 일어날 힘을 주었을 것이라 조심스런 마음으로 생각해봅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은 글이지만 오히려 그러하기에 방학 동안에는 좋은 책도 열심히 읽고 문화 생활도 한 경험을 글로 옮기면서 여러분을 향한 길을 계속해서 나아가고 싶습니다.  그동안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이런 신변잡기 말고 구체적인 주제가 있는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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