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소리 Apr 17. 2022

 한 문장 정리로 아이의 선문답에서 깨우침을 찾으세요

말의 마법사 아이들은 한 문장으로 우리에게 통찰을 준다.

1. '한 문장 정리하기' 놀이하는 법


  아이들이 정말 황당한 말을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런데 버릇없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또 '왜 그렇게 건성으로 이야기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럴 때 어른들은 바른 생각을 갖게 해주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훈계조의 말을 늘어놓는다. 아이들은 한참을 듣게 된다.    

  그런데 잠깐!

  아이가 네다섯 살 될 무렵이면 말문이 봇물처럼 터진다. 앞에서와 달리 아이의 엄마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아이의 말을 신기하고 호기심에 가득차서 주의깊게 듣는다. 잘 모르겠으면 다시 질문도 하고 배꼽 빠지게 웃기도 한다. 부지불식중에 아이들의 사고력과 언어표현이 부쩍 자라는 걸 느끼며 깜짝 깜짝 감탄까지 한다. 내가 생각하지도 못하는 통통 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말을 마법사처럼 만들어낸다.       

  나는 가끔 아이들이 자기 전에 침대 맡에서 책을 읽어주곤 한다. 한번은 헬렌켈러 전기를 다 읽어주고 나서 

  “헬렌켈러는 뭐다?”

  라고 한 문장 정리 놀이를 한다. 즉 '무엇은 뭐다'라고 아이들에게 정리하게 한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면 되니 얼마나 간단한가!

  


2. 이렇게 놀았어요. 

  

엄마: 헬렌켈러는 한 단어로 뭐다?

아들: 그냥 그렇다. 


  나는 순간 기가 막히고 기분이 무척 상했다. 그 당시 영화 ‘블랙’을 보면서 장애에 대한 시각을 교정시켜 주고 싶은 마음으로 헬렌켈러 책을 집어서 읽어주었다.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면서 생생하게 읽어주었다. 읽다보니 내가 감동을 받아 신이 났는데 맥이 쑥 빠진다.    


엄마: 엉? 그럼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사람이 말을 배우고 하버드대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어. 또 남을 위해서 봉사도 하고…….

아들: 아, 그냥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라고. 

딸: 장애인도 우리가 상처 있는 것처럼 똑같은 거라구. 

엄마: 아~ 일반인, 장애인 딱히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구나! 

아들: 그렇지~.      


  아이들은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낙인과 차별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어른이 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성숙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도 차별이라는 단어에서 그리 자유롭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해체하고 보다 순수하고 투명한 세계에 살고 있다. 하느님이 어린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라는지 알 것 같다.

  어른이 되면 주변 상황을 따지게 되고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면 좀처럼 자기 생각을 밖으로 드러내지 못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거르지 않고 이야기한다. 거침없이 말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생각이 명쾌할 때가 있다.        

엄마: 모짜르트는 한 단어로 뭐다. 

아들: 가난뱅이다. 

엄마: 엉?

아들: 처음에는 연주를 해서 돈을 많이 벌었지만 나중에는 가난했어. 

엄마: 그렇지만 모차르트는 위대한 음악가이잖아. 

아들: 처음에는 음악을 잘 했어.      

아들은 모차르트를 읽고 난 여러 가지들을 말한다.       

엄마: 너는 모차르트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구나! 

아들: 응. 경제적인 거지. 

엄마: 경제관념이 없어?

아들: 그렇지. 

엄마: 네가 생각하기는 모차르트가 불행한 것 같아?

아들: 요술피리를 작곡하는데 레퀴엠을 주문받아서 작곡하다가 죽었어.     

  아들은 피아노 연주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음악가에 관한 책을 읽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피아노 학원에서 클래식 작곡가들의 책을 읽느라고 30분씩 늦게 오는 때도 있었다. 모차르트가 음악의 천재로 살았던 것보다는 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말년에 불행하게 산 것이 더욱 인상적이었나 보다. 



3. 유의할 점


  사실 어른들은 천재나 영웅들을 한 가지로 표현한다.      

  '모차르트는 천재 음악가이다.' 

  '헬렌켈러는 위대한 장애인이었다.'     

  천원은 1,000원이고 사람은 두 글자라고 말하는 것과 같이 어른들의 사고방식은 한계에 갇혀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생각은 지식의 틀이나 언어의 논리를 뛰어넘어 서로 충돌하고 엉뚱하게 벗어나 충동이 에너지가 살아있는 세계에서 작동한다. 

  우리 아이가 창의적으로 자라기를 원한다면 아이의 세계가 다름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아이와 대화할 때 불교나 도교에서 스승님의 선문답을 기다리는 불자가 되어 깨달음을 주는 도인의 말씀을 듣는다는 마음을 가져보자. 그리고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질문을 해보자. 그러면 아이들은 새로우면서 단순명쾌하게 말한다. 우리가 아이의 말에 무한 긍정해주면 아이도 자기 논리를 더 그럴싸하게 만들려 한다. 



솔직히 스님들도 그럴 것 같다.  대답하면서 깨우칠 것이다. 하하 

작가의 이전글 뿌뿌~ 뿌 소리로 아이감정을 풀어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