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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소리 Mar 26. 2022

뿌뿌~ 뿌
소리로 아이감정을 풀어줍니다.

악기는 아이의 감정을 끄집어내어 표출시킨다. 

 

 나는 큰 아들과 작은 딸을 낳았다. 아들은 몸이 작고 성격이 예민한 편인 소년이라 초등학교에서 적응 못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반면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였을 때는  워낙 사교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라 걱정은커녕 즐거웠다. 

  ‘이제 둘 다 제법 키웠네.’

  뿌듯해졌다.


  그런데     


  둘째는 초등학교 입학한 첫날부터 표정이 어두웠다. 한 달이 지나도 여전히 힘들어했다. 하루는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 무슨 일이 있었구나!

딸: 선생님이 짝꿍을 바꿨어. 

엄마: 그래. 뒤에 있는 친구도 자꾸 너를 힘들게 하는데 옆 짝까지 바뀌니까 속상하겠네. 

딸: 옆 짝은 제일 친한 친구인데 선생님께서 바꿨어. 난 정말 바뀐 아이는 싫어. 잘못한 아이는 벌을 받아야 하지. 하지만 내 짝은 아무 잘못이 없었는데…….  

엄마: 다른 친구들은 바뀌지 않았는데 그 아이와 네 짝만 바뀌니까 억울하기도 하겠구나.   

  

  엄마가 맘을 읽어주자 아이의 눈물은 구슬같이 맺어져 얼굴 위로 굴러 떨어진다. 며칠 전에는 침대 위에서 소리 내지 않고 몰래 울더니만 이제는 크게 소리를 내면서 서럽게 운다. 울만큼 울도록 시간을 주고 나서 이제 대책을 세워야겠다 싶어 이렇게 물었다.      


엄마: 자리 바꿀 때 너는 선생님에게 아무 말 안 했니? 

딸: 그때 울음이 마구 나오려고 했는데 참았어. 

엄마: 그럼 선생님이 네 기분을 모르시겠다. 내 생각에는 네가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

딸: ……. 


 침묵이 흐른다. 


  그 다음날 일찍 와서 딸을 기다렸다. 딸이 왔다. 오자마자 바닥에 놓여있는 조개모양 나팔을 보았다. 그리고 뿌뿌~ 불어댄다. 나는 나팔로 여러 소리를 내고 젬베이를 갖고 아이와 두들겨댔다. 아이는 평화로운 얼굴로 잠에 들었다.    

  



1. 소리로 놀이하는 법

아이들은 마음과 기분을 언어화하기도 힘들지만 자기자신도 감정을 잘 모르기도 하다. 이럴 때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아이의 감정을 표출하게 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놀이로 바꾸어 기분을 전환시켜 볼 수 있다. 

일단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 속 상황에서 악기소리를 내게 한다. 

동화속의 여러 다양한 상황이 잘 되면 다음으로는 실제 생활의 상황을 제시한다. 이 순간 아이는 자연스럽게 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기분과 감정을 표출하게 된다. 

슬픔, 화, 두려움을 표출한 후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놀아준다.   

   



2. 이렇게 놀았어요.    

  

엄마: 나팔로 여러 가지 소리를 내볼까?

     백설공주님……. 조심하세요. 마녀가 와요. 

딸:

엄마: 양치기 소년이 외쳤어요. 늑대가 나타났어요. 늑대가!

딸:

 뒤에 오는 뿌우~소리가 조금 컸지 리듬은 그대로이다. 뭔가 소리의 변화를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 우리 딸이 기다리는 엄마가 왔어요. 

딸:   

                

  리듬이 변하고 즐거운 리듬이 들려온다.


엄마: 학교 선생님이 옵니다. 

딸:                     


  희미하고 흔들거리는 소리를 낸다. 이 소리가 나에게는 그 어떤 말보다 지금 아이가 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명징하게 드러내 주었다. 떠는 소리였다.   

  ‘무…… 서…… 워…… 하…… 는…… 구…… 나…….’ 

  딸은 3년 동안 기독교 유치원을 다녔다. 유치원 행사 때마다 유치원선생님들을 보면 너무나도 친절하시고 아이들 하나하나를 아껴주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탄스러웠다. 

  그런데 우리 아이에게 초등학교 문화는 두렵게 느껴지나 보다. 비유를 하자면 동그란 세상에 있다가 곧바로 네모난 세상으로 들어가서 세상이 모두 뾰족뾰족 모나고 험해서 아이들은 겁을 집어 먹나 보다. 

 나는 젬베이를 갖고 와서 서로 리듬을 주고받으면서 놀았다. 신나게 두드리며 두려움을 뻥뻥 쫓아내게 젬베이를 세게 치고 놀았다. 

  아이를 재우면서 

  ‘1학년 선생님들은 다른 학년 선생님보다 더 친절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체험기간을 주듯 초등학교 1학년 교실 역시 유치원과 완충지대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1학년 아이들이 덜 몸살을 앓으면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3. 유의할 점

놀이를 할 때 중요한 것은 자발성, 즉흥성, 주도성이다. 갑자기 리듬, 박자를 가르치고 가르치고 배우는 분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상황과 감정을 중심으로 리듬악기 소리를 다양하게 내어 보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아이와 함께 즐겁게 노는 그 시간 자체를 즐겨라. 

아이가 놀이를 그만 두고 싶을 때까지 논다. 

악기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며 좋다. 특히 타악기나 나팔을 이용하면 치고 불어서 마음 안에 있는 불편감을 밖으로 끄집어 낼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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