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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소리 Mar 26. 2022

산만하고 충동적인 아이

1. 산만하고 충동적인 아이     


  2011년에는 ADHD 아동이라는 말이 낯설었지만 교실에서 충동적인 남아들이 갑자기 많아졌다고 느꼈다. 그래서 ADHD 아동이라는 용어를 찾아보았다. 11명의 남아들이 산만한 성향이었다. 그러나 유난히 1명은 강박 성향이었다. 이 아이는 늘 반장으로 투표에서 뽑혔다. 반장은 늘 충동성이 심한 친구 한 무리를 통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니 점점 더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충동성이 심한 아이들이 한 학년이 되어 계속 다시 만나니 더욱 산만해질 수밖에 없으니 산만, 충동은 점점 더 강화되고 심각해져 왔을 것이다. 

  그런 아이 가운데 유난히 자리 정돈이 안 되고 공부시간에 손을 번쩍번쩍 들지만 답을 잊어버리거나 물건을 자주 잊어버리는 실수를 하는 아이가 있었다. 친구들에게 망신을 당하니 수치스러움과 실패가 자주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던 차에 공개수업에서 왕따를 당하는 조개의 입장의 생각과 감정 말하기를 하는 데 어찌나 조개의 입장을 잘 표현하는지 칭찬을 함빡 받았다. 그때의 아이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아이의 어깨가 펴지고 팔을 흔들며 좋아라 기뻐 다녔다.  하지만 이 아이는 친구들과 갈등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반면 잘생긴 외모에 부모 역시 재력, 학력이 좋았으며 재능도 많았던 남아가 있었다. 그런데 이 아이는 에너지가 엄청나서 힘도 세고 지칠 줄 몰랐다. 특이하게도 이 아이는 선수학습이 너무 잘 되어서 매우 박식했고 어려운 어휘를 사용하여 말을 하곤 했다. 친구들에게 장점을 드러내 주고 싶어 발표를 시켰는데 아이들은 그의 발표를 전혀 듣지 않았다. 왜냐하면 친구들에게 맞게 설명하지 못했다. 지루해하는 데도 아이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결과는 혼자 말하기가 되어 버린 셈이다. 외동이었기 때문에 부모와만 대화를 나누었다고 해도 또래 간 관계력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유치원에서부터 친구들과 묶은 감정이 점점 쌓여서 초등학교 3학년인데도 벌써 같은 반, 다른 반을 방불하고 계속 아이들에게 불만에 섞인 하소연들이 계속 교사에게 날라 왔다. 수업시간에 과잉행동을 자제시키려고 앞에 있는 의자에 앉히면 주변을 의식해야 하는데 불안이 더 커져 문제행동이 엑스레이를 밟은 듯이 연이어 터지곤 하였다. 모둠활동에서 친구들이 껴주지 않게 되자 계속 지치지 않고 아이들을 방해하고 다녔다. 결국 이 아이는 전학을 하게 되었다. 


  이 아이와 비슷하게 외모, 집안, 지능이 좋았으며 외동이었던 남아가 있었다. 교실에 오자마자 가방을 바닥에 팽개치고 냅다 누워서 "아, 짜증 나."라고 외쳤다. 수업시간에 화, 짜증이 나면 소리를 지르고 교실을 나가버렸다. 아이들의 원성이 있었고 이 아이 역시 아무개가 늘 자신을 놀린다고 호소했다. 화를 조절하지 못하는 게 가장 두드러진 문제였다. 공부시간에 교사의 잘잘못을 꼭 끄집어내거나 트집을 잡았다. 그런데 이 아이에게는 관계에서의 장점이 있었다. 여러 명 앞에서는 교사를 미치게 하지만 단 둘이 만나면 그리도 살갑게 대하는 사랑스러움이 있었다. 이야기하기를 좋아하고 듣는 걸 참 좋아했다. 이 아이는 친한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는 앉아서 그림 그리고 인형을 만드는 걸 좋아하니 활동력이 많은 아이들과 놀려고 했다. 그런데 이 아이들과는 늘 싸우게 되고 결국 화가 나고 사건사고로 연결되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친구들을 멀리하고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친구와 놀자는 교사의 조언을 받아들여 앉아서 쉬는 시간에 유일한 친구와 재미있게 지내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마지막으로 집안이 좋았으며 외동인 남아가 있었다. 2학년인데도 교사를 기겁하게 하는 문제행동들을 일으켰다. 몰래 남의 물건을 파괴하는 행동이었다. 처음에는 교탁 위에 있는 색연필을 자근자근 부러뜨렸다. 다음에는 교실에 아무도 없는 시간에 공들여 친구들이 만든 작품을 찢어버렸다. 이 아이에게 교사가 의심이 가서 몇 가지 물어보았는데 아무 일 없다는 듯 대답을 하자 교사는 끔찍하고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거짓말들이 점점 드러나게 되어 이 아이가 한 일임이 드러나게 되었다. 

  하지만 교사는 친구들에게 공개하지는 않았다. 만일 친구들이 알면 이 아이가 학교에 있기 힘들 정도로 소문이 나버리기 때문이다. 집안에 걸쳐 아이가 한 명뿐인 아주 귀한 손주였다. 부모는 맞벌이였기에 양가의 할머니께서 애지중지하며 아이를 길렀다. 할머니들이 귀엽다고 마구 예의 없이 굴어도 오냐오냐 받아주었다고 한다. ADHD 의심이 되어 병원 치료를 받으려고 하는 며느리에게 호통을 치며 말리셨고 아이 행동에 단속을 하려고 할 때마다 엄마의 훈육에 반대하셨다고 한다. 결국 5세 때 적절한 조치를 받아야 했는데 9세가 되어서 학교에서의 갈등이 꽤나 누적되었을 때 치료가 시작되었다. 친구들에게 가장 비호감 대상이었다. 

  반에서 가장 쿨한 여학생이 이 아이가 오자 "다른 놀이하자."라고 해서 물어보니 "코딱지를 몸에 묻혀서 놀기 싫어요."라고 하는 것이다. 이 아이는 담임을 하는 내내 문제행동이 심했지만 외부 상담을 받는 동안에 일어나는 심리적인 역동들이 장난이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나는 모래놀이치료를 하며 두려움, 불안, 억울함이 일어나는 아이가 일으키는 문제행동과 동행하며 가게 되었다. 엄마와 아빠 속이 타들어갔을 것이다. 남의 물건을 훼손하는 행위는 크게 줄어들었다.      

  ADHD 아이들이 학년을 올라갈수록 친구들 간 문제가 심각해지고 소외감을 느끼면서 억울함과 화가 쌓이고 이것이 사회적 규율을 깨버리는 비행을 저지르는 경우들로 악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저학년 때 교사들이 수업방해에 대한 불편감을 말하는 경우에 학부모는 진지하게 숙고해야 한다. 교사들이 웬만하면 학부모에게 아이의 부정적인 면을 말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학부모와 오해를 빚기도 하기 때문에 가급적 학급에서 품고 가려고 하다가 교사가 해도 해도 안 되겠다 싶을 때 학부모에게 이야기를 해서 도움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ADHD 아이들이 가진 장점이 지식, 정보, 기술이 아니라 한 친구와 친하게 지낸다면 이것은 정말 청신호라고 볼 수 있다. 부모 아닌 사람과 친밀함을 가질 수 있다면 아이는 정서적인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는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인 것이 맞다. 가장 불행감을 느끼는 아이는 친구가 없는 경우이다. 고학년에 올라갈수록 교우관계가 우리 아이의 학교생활의 행불행을 좌지우지한다.      



 이렇게 도와주세요     


1) 치료 예후가 어릴수록 좋다. 

  어릴수록 적절한 치료, 상담, 양육이 이루어지면 학교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을 미리 막을 수 있다. ADHD 진단에 관해서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충동성, 과잉행동, 주의력 겹핍에 관한 설문지들이 있다. 부모나 교사가 관찰하여 의심이 된다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2) 가장 힘든 사람은 아이임을 잊지 않는다. 

  부모, 교사, 친구들이 아무리 힘들어도 정작 당사자가 가장 마음의 상처를 가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남들보다 여러 가지로 뒤처진다고 생각하고 마음먹은 대로 잘 안되고 물건도 자주 잃어버리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심지어는 점심시간 전에 화장실을 갔다가 옆 반 신발장에 꽂혀서 급식시간을 잊어버려 밥 먹을 때를 놓칠 뻔한 경우도 있다. 배는 고픈데 낭패가 이만저만 아니니 얼마나 속상하겠는가!     


3) 문제가 아닌 장점에 주목한다. 

  ADHD 아이들만 있다면 세상이 얼마나 다이내믹하겠는가! 단연코 그 나라는 애니메이션 왕국이 될 것이다. 이 아이들에게는 세상은 너무나 재미있는 것들로 가득 찬 것이다. 의외로 ADHD 아이들이 창의성이 기발한 경우가 있다. 뭐에 꽂히면 열정적인 몰입감을 보이기도 한다. 이것을 함부로 딴짓했다고 핀잔준다면 아이는 점점 생기를 잃어버리거나 자기를 숨기게 된다. 


4) 긍정적인 피드백을 자주 해준다. 

  실수나 실패를 지적하기보다 노력이나 성공을 발견해서 이것을 그대로 읽어주는 게 좋다. "바닥을 정리해서 깨끗한 걸 보게 되다니... 참 기쁘다. 네 근처로 오면 상쾌한 기분이 드는구나!" 비록 책상 위에 수북이 있는 물건들이 덮여있더라도 말이다.     

 

5) 간결하고 자세하게 대응법을 알려준다. 

  주변에 흥미로운 것들이 있다면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 금방 여러 자극에 마음과 생각을 뺏기기 때문이다. 아이와 협상을 해서 가장 실천할 한 가지만을 짧게 적은 것을 책상 위에 붙이고 했을 때 표시를 하도록 한다. 이 한 가지가 지켜지는 것만을 점검하되 만일 잘 안되면 안 되는 아이의 심정을 읽어준다. 계속 안 지켜진다면 목표에 이르는 중간단계를 만들어서 수준을 낮추어 조정해준다. 이렇게 실천할 때 꼭 지켜야 할 것은 안 하고 있는 것에 피드백하기보다 실천을 했을 때 피드백하는 것이다. 반드시 해야 한다는 완벽을 버리자. 너그럽게 넘어가면서 아이가 숨을 쉴 수 있도록 긴장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6) 아이와 관계하는 게 불편하고 짜증이 올라오면 심리적, 물리적 거리를 갖는다. 

  누구나 마음이 힘들 때가 있다. 또 여러 가지 사건사고로 인해 심기가 불편해지면 앞에서 언급한 것들 장점, 긍정적 피드백을 할 수 없게 아이에게 자꾸 화를 낸다면 아이를 독대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가급적 내 마음이 편안함을 찾을 때까지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것이 맞다. 나는 그럴 때 아이가 자극이 많은 창가나 뒷문가 뒤쪽에 두면 안 좋은 것을 알지만 일부러 뒷 쪽에 자리 배치한다. 아이도 뒤에 있어서 일어나거나 움직여도 친구들을 방해하지 않고 교실 뒤쪽에서 움직이는 걸 허락한다. 뒤에 앉으면 잔소리를 쉽게 할 수 없다. 창가나 복도에는 선반이 있어서 물건을 어지럽히는 공간이 좀 더 넓어져 더 너저분해지지만 텀블러나 필기도구가 떨어지는 쾅쾅 소리가 덜 날 수도 있다.  

      

7) 교사, 부모의 마음이 평화로움을 유지하도록 나만의 마음 챙김을 한다. 

  교사의 자기 조절력이 키워야 한다. ADHD 아이들과 잘 지내려면 마음의 매집이 상당히 커져야 한다. 훈육이 자주 들어가기 때문에 간결하면서 부드럽고 친절하게 여러 번 알려주어야 하기에 교사의 마음에 인내력이 바닥이 나지 않도록 꾸준히 마음 작업을 거듭거듭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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