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소리 Mar 26. 2022

놀이로 아이꽃이 피었습니다.

상상과 변형 놀이가 카타르시스를 일으킨다.

  아이들 친구가 왔다. 간단한 놀이를 하려고 했다. 주변에 있는 손수건 한 장을 들고 여러 가지로 변형하기 게임을 한다. 맨 먼저 아들이 수건을 펼쳐 놓고 앉는다. 

  “돗자리닷.” 

  라고 외친다. 이제 다음 차례가 된 딸은 수건을 접어서 들고 점프를 천천히 하자 

  “낙하산”

  고개를 끄덕이면서 딸은 자신의 표현이 맘에 들었나 보다. 뿌듯한 얼굴이다. 그리고 옆에 있던 엄마는 피곤한 몸으로 늘 게으름이 올라온다. 손수건을 넓게 연장하는 듯 손을 길게 벌리고 누워서 손수건을 몸 위에 올려놓는다. 

  나는 놀이할 때 쉴 수 있다. 얼마나 편한가... 

     “이불”

  놀러 온 친구가 처음 하는 거라 쑥스러워할 것 같았는데 가만히 있다가 손수건을 들어 간단히 손을 씻고 닦는다. 변형을 일으킨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놀이를 깨지 않으려면 센스가 필요하다. 

   "수건이구나." 

  아이에게는 처음 하는 놀이이니 서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손수건에서 수건으로 변형시킨 것도 장하다고 자존심을 세워 준다.  

  그렇게 한 바퀴가 돌았다. 그러자 이제 이 놀이에 모터가 달리며 빠르게 순서가 넘어간다. 갈수록 이미 한 것들을 안 해야 하니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나씩 새로운 변형이 추가될 때마다 다음 사람은 '어떡하지.' 긴장하다가 내 순서가 오면 그냥 뭐든지 해냈다. '해 냈어.' 라며 흥분이 고조된다.  

  아이들은 손수건을 색종이, 치어리어의 총체, 몸을 틀어대는 뱀, 결혼하는 신부의 면사포, 원숭이가 좋아하는 바나나, 붕대 감은 미라, 회전목마의 봉, 수타면으로 변형시킨다.  

  상상과 변형 놀이는 손수건을 손수건으로 보고 사용하면 안 된다. 손수건이 아닌 것으로 보아야 한다. 사실이나 진짜를 거부한다. 가짜가 침투되어야 놀이가 된다. 그래서 놀이하는 인간을 대고 거짓말한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거짓말이 허용되며 진지함이 오히려 구박을 당한다. 가짜가 들어오면 자유로워지며 우스움과 재미가 솟아났다. 

  마침내 희한한 변곡점이 생겼다. 아이가 코피가 나서 손수건으로 닦는 행동을 하자 나머지 두 명의 아이들은 얼굴을 찌푸리며 아직도 하얀 손수건을 더럽게 생각한다. 손수건은 이제 더러운 것으로 믿어졌다. 다음에는 똥을 누며 닦는 휴지로 사용하더니 다음 차례의 아이는 그 똥을 모아 둥글게 말아먹어버렸다. 마구 웃으면서 끝이 났다. 

  주목해야 할 점은 놀이가 끝나기 바로 전 아이들은 피, 똥, 추한 것들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놀이로 자유로움이 허용되는 안전지대가 펼쳐지자 일상에서 금기되고 있는 무의식 영역에 있던 내면에 있던 공격성, 파괴성을 드러냈다. 사회적으로 억제당하고 있는 피, 똥 게다가 이것을 먹는 엽기적인 행동들이 표출되는 것이다. 이 순간이 가장 아이들의 파토스가 극대화되는 지점이다. 몸 안에 있던 독들을 토해내고 나서야 정화가 찾아온다. 감정의 순화를 일으킬 수 있었던 배출 의식을 치러낸 것이다. 놀이가 끝나 변형의 에너지는 멈춰야 했지만 성공감, 상상력, 감정의 순화는 몸 안에 남아있다.        



1. 상상과 변형 놀이하는 법

 - 일상에서 흔히 불 수 있는 물건을 가져온다. 

 - 물건을 다른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 서로 돌아가면서 표현한다.     

 

2. 이렇게 놀았어요.                                  

 - 색종이로 종이를 접는다. 

 - 치어리더가 되어 총체를 흔들면서 춤을 춘다.

 - 한 마리 뱀이 꼬불꼬불 몸을 틀어댄다.

 - 머리에 긴 면사포를 쓴 신부가 서 있다.

 - 원숭이가 바나나 껍질을 벗기면서 바나나를 우적우적 먹어댄다.

 - 몸에 칭칭 감아 미라가 되어 통통 뛰어다닌다.

 - 긴 봉을 잡고 위아래로 움직이며 회전목마를 탄다.

 - 땀을 많이 흘렸는지 때를 밀고 있다. 

 - 중국집 요리사는 면발을 내려치면서 수타면을 만들고는 ‘니 하우마’인사를 한다. 

 - 코를 손수건으로 막고 코피를 닦는다. 비상이다. 이제부터 더러운 것이 되었다.

 - 힘을 주자 똥이 나온다. 휴지로 닦는다. 

 - 똥을 모아서 동글게 말아 꿀꺽 삼킨다.  


3. 유의할 점

 - 변형을 쉽게 일으키는 물건들은 신문지로 돌돌 말은 막대기, 보자기 천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좋다. 

 - 가급적 무늬가 없는 단색인 것이 좋다. 만일 무늬에 바이올린 그림이 있다면 생각에 제한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 변형이 안 되었다고 해도 놀이를 끊지 말고 이어간다. 

- 자연스럽게 무엇인지를 알게 하려는 움직임과 행동이 일어난다. 움직임을 크게 하도록 큰 움직임을 해주면 아이들도 대범한 시도를 하게 된다. 또는 좀 더 큰 행동을 하는 아이를 격려해준다.  

 - 변형과 상상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작은 시도에 감탄하고 웃음을 준다. 

 - 놀이는 아이들이 그만두자고 할 때 끝낸다. 



                               손수건이 일으키는 마음의 카타르시스의 비결은 상상과 변형놀이

작가의 이전글 상담으로 빛나는 교실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